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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멘 테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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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멘 테러의 배경

입력
2009.03.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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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예멘 법원은 테러조직 알 카에다 용의자 7명에게 징역 2~7년 형을 선고했다. 대개 20대 초반이지만 개중에는 15살 소년도 있다. 혐의는 관광객 등 외국인이 주로 머무는 수도 사나의 호텔과 외국대사관에 대한 테러공격을 위해 무기와 탄약 등을 준비한 것이다. 테러 음모를 꾸민 동기는 알 카에다의 지역 지도자 알쿠아티가 지난해 8월 하드라마우트 주(州)에서 경찰에 사살된 데 보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5일 우리 관광객 4명이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고대 도시 시밤도 하드라마우트에 있다.

■시밤 사건 나흘전인 11일 열린 다른 재판에서는 테러 피의자 16명이 한꺼번에 법정에 섰다. 시리아인 4명과 사우디 국적 1명을 포함한 피고인들은 알쿠아티가 이끌던 알 카에다 지역조직 '예멘전사여단' 소속으로, 지난해 1월 하드라마우트 유적지에서 관광객 차량에 총격을 가해 벨기에인 2명과 예멘인 3명을 살해한 혐의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과 4월, 사나 주재 미국ㆍ 이탈리아 대사관 및 외국인 주거단지에 박격포 공격을 감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때는 사망자가 없었으나, 지난해 7월 하드라마우트 사이운 시의 폭탄차량 공격 때는 경찰관 2명이 숨지고 민간인 18명이 다쳤다.

■사우디의 유력 일간지 <아랍뉴스> 는 예멘 검찰이 압수한 박격포탄과 자살폭탄 조끼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고문을 못 이겨 거짓자백을 했노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예멘 당국이 지목한 이들이 진짜 테러범인지, 또 알 카에다 세력인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이런 보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 관광객 테러사건도 일련의 테러공격과 같은 맥락으로 볼만한 듯해서다.

■이 지역에 밝은 외부 언론에 의하면 예멘은 국제적 압력 때문에 무리한 '알 카에다 단속'과 '용두사미' 처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예멘의 무장집단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증거는 별로 없다. 그보다 이들은 아덴 만(灣) 건너편에서 해적질을 일삼는 소말리아 무장세력에게 무기를 파는 등 온갖 밀무역으로 아주 재미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해적퇴치' 활동이 강화되자, 소말리아 세력과 짜고 보복ㆍ경고성 테러를 자행한다는 것이다. 예멘 정부도 해적과 알 카에다를 핑계로 삼은 서구의 이 지역 개입 확대에 내심 불만이라고 한다. 테러의 배경을 바로 보고 대책을 논할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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