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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가정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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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가정 환경

입력
2009.03.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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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아침 프로에 첼리스트 정명화씨가 출연했다. 생년월일이 소개되어 따져보니 우리 엄마와 비슷한 나이였다. 첼리스트로서의 재능을 발견하고 마음껏 꿈을 펼치기까지 어머니의 힘이 가장 컸다고 했다. 세상에! 그 시절 첼로를 생일 선물로 받는 것도 놀랄 일인데 그분은 발레까지 배웠다고 한다. 산골 출신인 우리 엄마는 상경해서 한참 후에나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에서 발레를 처음 보았다.

그 시절은 내남없이 가난했다. 가정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어릴 적 골목에서 우리집처럼 책이 많았던 집은 없었다. 아버지가 출판사를 다녔기 때문이었다. 세계명작동화전집 50권짜리를 읽고 또 읽었다. 아버지가 출판사를 그만두자 책 '찌라시'들이 굴러다녔다. 아마 아트지 300그램쯤 되지 않았을까. 동생은 딱지를 접었는데 그 동네 어느 사내아이의 딱지에도 넘어가지 않는 초울트라 딱지였다.

아버지는 궁여지책으로 외풍 심한 다락방을 찌라시로 도배했다. 허리를 굽히고 다락방으로 올라서면 총천연색의 활자들이 쏟아졌다. 작품 밑의 줄거리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느 쪽으로 눕더라도 세계 문호들의 이름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스탕달, 앙드레 지드 등을 친구 이름 부르듯 불러댔다. 생각해보니 다분히 문학적인 가정 환경이었던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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