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냐, '그림자'냐?
2008~09 프로배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를 놓고 삼성화재 용병 안젤코(29)와 세터 최태웅(33)이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젤코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용병으로 17일 현재 무려 747개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정규시즌 1위로 올라서기까지 현란한 토스로 상대 블로킹을 농락한 최태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안젤코가 화끈한 스파이크를 앞세워 '빛'처럼 반짝였다면 살림꾼 최태웅은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한 셈이다.
사실상 득점왕을 확정한 안젤코(844점)는 지난 시즌 정규시즌과 챔프전 MVP를 석권했다. 득점기계 노릇을 톡톡히 해온 안젤코는 서브득점(110점)도 세트당 0.390개로 1위. 상대 블로킹과 서브 리시브를 흔드는 파괴력이 단연 돋보인다.
안젤코는 "지난해 받은 MVP 트로피가 너무 무겁다"면서 "집에 가져 가기 편하게 가볍게 만들어 달라"고 농담할 정도로 자신이 넘친다.
그러나 최태웅이 MVP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젤코의 공격이 빼어난 게 사실이지만 최태웅의 현란한 토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논리.
KBS N 문용관 해설위원은 "최태웅이란 세터가 없었다면 과연 삼성화재가 1위로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팀 공헌도를 따지자면 최태웅이 안젤코보다 앞선다는 이야기다.
안젤코와 최태웅이 양강 구도를 구축했지만 변수도 있다. 삼성화재가 18일 인천 대한항공전에서 진다면 현대캐피탈이 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현대캐피탈 주포 박철우가 MVP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철우는 공격성공률이 무려 54.80%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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