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증시 상승의 쌍두마차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였다. 그러나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가장 먼저 태풍에 깎이듯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치자 두 업종의 낙폭도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8만원을 웃돌던 현대차 주가는 3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그런데 최근 연일 상승세를 타며 전력질주하고 있다. 박스(1,000~1,200) 돌파에 목이 마른 국내 증시가 다시 주도주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초고속 상승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과연 1년 만에 재기한 현대차의 최근 흐름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경기침체의 여파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한 강력한 호재는 환율 상승이었다. 환율 수혜주의 대표격인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3분기 1,066원 안팎의 원ㆍ달러 환율이 올해 1,500원대까지 치솟자 동반 상승했다. 미국 현지 생산비중이 절반 이상(52.6%)인 현대차 주가가 환율의 영향을 톡톡히 본 셈이다.
덩달아 해외 시장도 열렸다. 환율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지자 미국 시장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전체 자동차판매량은 37.1% 줄었지만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오히려 늘었다. 현대차의 1월 미국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1.7%포인트 상승한 3.7%, 2월에도 4.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도 1월 시장점유율 7%대를 달성했다. 불황기 소형차 생산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경쟁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반사이익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대형 경쟁 업체들은 매출부진과 실적악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ㆍ소형차 판매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콧대 높았던 일본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말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로 전환되면서 한 때 15%에 육박했던 수출증가율이 2%로 곤두박질쳤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와 미국시장 점유율과의 상관관계(1점 만점)는 매우 높은 편(0.73)으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점유율 상승은 앞으로도 현대차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3월 출시한 에쿠스 신형,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소나타 신형 등 잇따른 신차 출시로 인한 주가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
현대차는 이미 증권사 유망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핵심 포인트는 현대차 주가가 박스(4만5,000~5만5,000원)를 넘어 7만원 선을 회복할지 여부. 이기정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해외시장에서의 우수한 실적과 환율 효과 지속, 가동률 상승세 유지 등으로 업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마련해 현대차 주가가 7만6,000원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현대차 주가 상승세에는 동의하지만 박스 상단 돌파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김용수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자동차산업은 수요는 없는데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실질소득과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현대차 주가가) 5만원대에서 상향 돌파는 가능하지만 6만~7만원 선에 안착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제아무리 가속페달을 밟더라도 안개 속(불투명한 경기상황) 운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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