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성공단 1차 출입 차단 → 10일 해제 → 13일 2차 차단 → 14, 15일 외국인과 응급 환자 등만 귀환 허용 → 16일 귀환만 허용 → 17일 방북 귀환 모두 허용 → 18일 ?'
북한은 이처럼 '개성공단 출입 허가 권한'을 입맛대로 휘두르며 남한을 흔들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가능한 조치는 다 나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만큼 북한의 선택이 예측불허라는 얘기다.
북한이 워낙 '상식 밖'의 폭으로 오락가락 하다 보니 "북한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개성공단 현지와 평양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군부와 당의 손발이 맞지 않은 결과다" "상층부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다 보니 무리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등의 추정들이다.
실제 10일 1차 출입 차단을 하루 만에 전격 해제했을 때는 "강경한 군부가 개성공단 출입차질을 예상하지 못하고 남북 간 군 통신을 차단했다가 부랴부랴 출입을 허가한 게 아니냐"는 설이 한 때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긴장은 조성하되 수위는 조절하기 위한 흔들기 전략이고,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더 유력하다. 북한이 군을 내세워 강경책을 쓰는 것은 상투적 수법이고, 북한 체제상 군부와 당 등 권력집단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점 등 때문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김 위원장이 큰 틀에서 직접 끌어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남한엔 '대북 정책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미국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없으면 한반도 긴장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목적에 따른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무리수가 계속될 수록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북한의 진짜 의도는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훈련이 끝나도 불한의 '벼랑 끝 전술'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지난 해 12ㆍ1조치 이후 수준으로 돌아간다 해도 서해상의 군사 도발 등 다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도 이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고 공세적 대응책을 만지작거리면서 당국자간 회담을 제의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일각에서 나온다. 물론 북한의 반응이나 남한 내 이견 등이 변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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