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미륵사지석탑에서 사리봉안기와 함께 발견된 18점의 금제소형판(金製小形板)이 백제인들이 화폐로 사용한 금화(金貨)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고대사회에서 금화가 통용되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경기대 연구교수인 서화사가 손환일 박사는 신라사학회(회장 김창겸)가 '익산 미륵사지 출토 유물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주제로 21일 국민대에서 개최하는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익산 미륵사지 서원석탑(西院石塔) 금제 사리봉안기와 금정명문(金丁銘文)의 서체(書體)'를 발표한다.
지난 1월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제소형판 18점 중 3점에는 '중부(中部)의 덕솔(德率ㆍ백제 16관등 중 제4품) 지율(支栗)이 금 1량을 보시한다'(中部德率支栗施金壹兩)는 등 시주자의 이름을 밝힌 명문(銘文)이 적혀있다.
손 박사는 "금제소형판의 크기와 형식이 일정하게 분류되므로 백제시대 금화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시주품에 그 단위를 '금 1량'(金壹兩)으로 표시한 자체가 이것이 금화임을 명백히 밝혀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은제 관식에 대해 발표하는 이한상 대전대 교수도 "금제소형판은 아무래도 그 기능을 화폐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면서 "기원 전후 무렵 신라와 가야가 태동한 진한과 변한 문화권의 목관묘에서 자주 출토되는 판상철부(板狀鐵斧)라는 철 덩어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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