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경력 우수, 스페인어 점수 월등히 높음, 봉사활동 뛰어남, 버클리대 합격생이 적은 지역 고교 출신, 예술방면 남다른 재능'
2008학년도 미국 버클리대 수시모집(Early Decision)에서 한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에 대해 내린 평가다. 대학수학능력시험격인 SAT 점수와 고교 내신 성적은 물론 지원자의 출신 지역과 관심분야, 제2외국어, 교과외 활동, 개인성향 및 리더십 등을 꼼꼼히 점검한 뒤 이런 사정(査定) 결과를 내놓았다. 성적을 기본 요건으로 하되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다른 전형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두루 평가한 것이다.
국내 대학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1920년에 시작돼 89년째 진행되고 있다.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를 뜻하는 아이비리그를 비롯, 상당수 대학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정착시켰다.
'서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불리는 버클리대의 경우 입시 때 사정 업무에 투입되는 입학사정관은 60명의 전임과 30명의 비전임 등 모두 90명이다.
이들은 수험생 개인, 가족정보, 교육이력, 과외활동, 각종 시험성적 등 모두 13개 부문으로 구성된 입학원서가 제출되면 제출 자료를 중심으로 각 평가요소에 대해 1~5점의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한다. '사정 포인트'는 대학 마다 달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우 성적, 교과 이수과목, 인성, 개인신상, 장래 희망과 포부가 담긴 에세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애머스트대는 성적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 입학사정관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사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탈락한 학생의 학부모가 소송을 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자신의 자녀가 탈락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라는 요구들이다.
대학의 상업화도 입학사정관들을 짓누르고 있다. 우수 인재임이 틀림없으나, 등록 가능성이 높은 학생 위주로 선발하라는 대학 지침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여름 "대학들이 등록율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지원자들을 탈락시킨다"고 보도했다. 중복 지원이 가능한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이 미등록에 따른 재정 손실 등을 우려, 실력은 다소 떨어져도 등록이 확실한 지원자 위주로 뽑으라고 지시한데 따른 부작용인 것이다.
보스턴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갈수록 공정한 사정이 자신 없어진다. 지원자들이 평가 결과를 100% 받아들여야 하는데, 많은 반발이 있다.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글을 최근 미국 입학사정관협의회(NACAC)에 올렸다. 국내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도 닥친 숙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