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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이렇게 뽑는다/ 점수로 환산 못하는 잠재력·열정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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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이렇게 뽑는다/ 점수로 환산 못하는 잠재력·열정 평가

입력
2009.03.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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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초 고려대 입학사정관 2명이 강원 태백 폐광촌의 한 고교를 찾았다. 이들은 자기평가서에 '고3 올라오기 전에 아버지를 여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회장에 뽑혔다. 연탄가루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동네, 그래서 사교육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 힘으로 성적을 올렸다"고 쓴 김모(19)군을 주목했다. "조미료를 치지 않은" 글에서 자발적 동기 부여를 읽어내고 현장 '검증'에 나선 것. 교장은 김군에 대해 "자기가 좋아서 공부를 하는 야생초 같은 아이다.

1,2년 지나면 사교육으로 타율적 공부를 한 아이들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 가량 머물며 김군의 학교 생활 등을 꼼꼼히 살핀 사정관들은 '미래 지도자로 성장할 잠재력'을 확인했고, 김군은 국제어문학부에 합격했다. 일반 전형이었다면 폐광촌의 금맥(金脈)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수능과 내신 등 점수 위주의 줄세우기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의 성적과 환경, 실적, 잠재력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입시의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2009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움직인 학생은 32개 대학에서 모두 4,401명. 사정관들은 특히 '잠재력'과 '진실성', 그리고 전공에 대한 '열정'에 주목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정관들은 1차 관문인 서류 심사에서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학교장 추천서, 수상실적, 학생부 등 평가를 토대로 학과(부)별 모집정원의 2~3배수 정도를 추린다.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기로 한 포스텍은 사정관 18명이 서류를 교환 점검해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심층 평가할 계획이다.

사정관들은 '학생회장 또는 반장' '00대회 수상' '00자격증' 같은 실적이 합격 보증 서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김찬제 포스텍 입학사정관은 "단순히 학생회장을 한 것보다는 동아리 회원을 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고 그것이 자신의 어떤 측면을 바꿨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수상 실적보다는 관심 분야에 대한 열의를 중시했다.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박모(19)군이 그런 경우다. 인권변호사가 꿈이라 소개한 박씨는 수상 경력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모의재판이나 국가청소년참여위원회 등에 참여해 왕성하게 활동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성균관대 한 입학사정관은 "(박군은) 자기의 꿈에 대한 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과대 포장하거나 틀에 박힌 내용도 '필패'다. 연세대 사정관들은 '인생의 포트폴리오'라며 한 박스 분량의 서류를 제출한 학생들이 많았는데 "짐만 됐을 뿐"이라고 했다. '황우석' 이야기로 넘쳐 난 생명공학 관련학과 지원 학생들 대다수의 지원 동기도 눈길을 끌지 못했다.

연세대의 한 사정관은 "투박하더라도 나만의 고민, 경험, 결정 등 진심을 담은 소개서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한 입학사정관도 "학생들이 각각의 출발점이 다르므로 해당 출발점에서 자기 발전의 정도가 얼마인가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2차 관문인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학업 능력, 생활 환경, 교육 여건, 잠재력, 적성 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면접 시간은 대략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건국대처럼 입사시험을 방불케 하는 1박2일 심층면접을 하기도 한다. 건국대는 사정관 3명이 학생 3~7명에 질문을 던지는 집단 면접을 비롯해 개별 면접, 발표 면접, 조별 토론을 실시했다.

모호한 답변에는 육하 원칙을 따져 묻는 압박 질의가 이어졌다. 전경원 사정관은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학생의 성장과정을 심층 면접으로 잠재력을 꼼꼼히 따졌다"고 밝혔다.

사정관들은 면접의 제1덕목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지방 소도시 출신으로 학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이동욱(19)씨도 솔직한 답변으로 서울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면접에서 "다른 도시 출신들보다 지금 능력은 뒤처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원해서, 알아서 공부했기에 스스로 성취하는 방법이 뭔지 안다"고 당당히 말해 후한 점수를 받았다.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 더해 학교를 직접 찾아가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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