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주워 팔던 한 아버지가 중학교에 입학한 딸의 교복 값에 보태려고 공공 철조물을 뜯다가 사법처리를 받았다는 사연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중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급생의 교복 구입을 종용해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술값과 회식비를 받았다는 폭로가 있었다. 학부모로선 어쩔 수 없다는 절박감, 학생들로선 가격과 무관하게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을 빌미로 돈을 챙기겠다는 교복 제조ㆍ판매 업체들의 횡포가 너무나 심각하다.
시장가격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이들의 교복 값은 이해하기 어렵다. 중ㆍ고등학교의 지정된 교복 값이 웬만한 성인용 정장 한 벌 가격보다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소매 모양이나 칼라의 형태, 휘장이나 바느질 모양만 슬쩍 바꿔 15~20%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겉 표지만 바꾸고 발행연도만 변경하여 '신판 혹은 개정판'이라고 속여 학생과 학부모의 지갑을 훑어내는 '참고서 사기 행각'과 다르지 않다.
중ㆍ고등학생들에게 교복을 벗긴 원인은 고교평준화의 의지였고, 다시 교복을 입힌 이유는 사복 착용으로 인한 학생들의 위화감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가격 담합과 고가 카르텔을 조작하더니, 소비자인 학부모이 자구책으로 도입한 공동판매와 교복 물려받기 행사까지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판촉 학생 동원 유흥비 접대'는 오히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유례없는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ㆍ고교 교복 값은 올해에만 12% 인상됐다. 알 만한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교복 시장에서 갖가지 파렴치한 편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등 소비자 단체가 나름대로 대응을 한다지만, 자녀들이 볼모로 잡혀 있는 한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 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를 통해 단속을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시원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교복 때문에 서러움을 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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