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고 정채봉(1946~2001)이 쓴 고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가 김 추기경의 뜻에 따라 고인의 선종 후에 비로소 책으로 묶여 나왔다.
17일 출간된 <바보 별님> (솔 발행)은 가톨릭신자였던 정채봉이 소년한국일보에 1993년 5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저 산 너머'라는 제목으로 78회에 걸쳐 연재한 글을 묶은 것이다. 바보>
연재 당시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며'라는 글을 통해 "이 분(김 추기경)이 걸어오신 길을 글로 따르다 보면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용기의 씨앗, 희망의 씨앗, 정의의 씨앗, 그리고 빛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바보 별님> 은 정채봉이 오랜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추기경의 개인사를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병인박해(1886) 때 순교한 추기경의 할아버지 이야기부터 신학교 시절과 전쟁의 기억, 추기경이 된 뒤의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바보>
연재될 때 김 추기경은 매일 아침 글을 꼼꼼히 챙겨보고 가끔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잘 읽었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의 부인 김순희씨는 "글이 연재된 뒤 추기경께서 남편을 불러 '글이 너무 예뻐 쑥스럽다. 내가 가고 난 뒤 출간하라'고 말씀하셨다"며 "남편이 추기경보다 먼저 돌아가시는 바람에 남편 손으로 직접 출간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잡지사 샘터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추기경과 인연을 맺었으며, 평소 추기경을 깊이 흠모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당시 연재를 담당했던 김병규 소년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최고의 동화작가였던 정채봉 선생은 창작동화 외의 글은 거의 쓰지 않으셨는데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라고 말하니 두 말 않고 연재를 승낙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추기경께서 워낙 열심히 읽으신 덕분에 작가도 작은 것 하나 꾸미거나 보태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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