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다가온다. 한미 FTA 비준안, 비정규직 법안, 산업은행 민영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중차대하고 그만큼 갈등이 많은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세력의 의견과 이해 충돌이 첨예하기에 또 다시 요란한 파열음이 들릴 것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지난 국회의 '아수라장'을 경험한 국민은 미리부터 불안하고 짜증스럽다.
'국회의원 독립'막는 '당론'
사실 4월 임시국회가 다루어야 할 안건들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돼야 했지만 여야 간의 대립으로 미뤄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의 당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치도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또다시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함을 정치권이나 국민이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긴장하고 마음이 착잡하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타협적으로 수정ㆍ보완해 처리할 수 있다면 2월 국회의 '아수라장'을 연출한 극한적 대립도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갈등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충돌이 반드시 파괴적이거나 비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갈등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갈등과 충돌 과정에서 서로 발견하고 인지하게 된 상대방의 입장과 논리를 자신의 주장에 반영해 합의점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서로 기존의 입장에서 한치의 변함도 없다면 갈등은 그야말로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일 뿐이고, 법안 처리의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난 국회에서의 충돌을 반성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타협안 혹은 수정안이 간헐적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방향 전환의 물꼬를 트지는 못하고 요지부동의 '당론'에 가로막힌다. 의원총회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당의 실력자에 의해 공개적으로 제지 당했다는 보도도 자주 접한다.
국회의원의 독립적인 지위는 헌법과 국회법에 보장돼 있다. 국회의원을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한 듯하다. 만약 의원들이 명실상부하게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우리 국회가 이토록 답답하고 비생산적일 수 있을까. 당의 지도부나 실력자에 의해 정해지는 '당론'이 일단 자리를 잡는 순간, '독립된 헌법기관'은 어느새 종적을 감춰버린다.
이런 현상은 당론을 결정하는 실력자들이 국회의원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태의연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는 지역구가 유난히 많은 한국적 정치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질적 현상을 단숨에 고치는 특효약 처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의 파행을 막고 '갈등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천권을 국민과 지역구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16ㆍ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예비후보 경선 제도가 정착되는가 싶더니 18대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이 것이 18대 국회 들어 우리가 지겹도록 지켜본 상습적 파행과 아수라장의 원인일 수 있다.
공천권 유권자에 돌려줘야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지역구민을 먼저 생각할지, 아니면 공천권을 움켜쥔 당 지도부의 뜻을 먼저 고려할지 자문해 본다면 공천권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는 더욱 자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4ㆍ29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전략 공천'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의 진정한 '공천 혁명'과 국회의 정상적 운영은 아직은 그야말로 요원한 희망에 불과한 듯하다.
김상회 국민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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