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안녕하세요. 실버 택배단입니다."
17일 강원 춘천시 퇴계동 주공6차 아파트 경로당. 6명의 노인들이 돋보기를 끼고 박스, 봉투 등을 선별하느라 바쁘다. 평상시 장기, 텔레비전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이 택배회사가 내려놓은 물건들을 선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일은 춘천시니어클럽과 택배회사,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과 손잡고 벌인 단지내 택배사업이다. 경로당에 번듯한 사무실까지 차렸다. 할아버지, 할머니 등이 택배회사로부터 받은 물품을 각 가정에 배달하는 '실버택배단'은 이날 춘천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실버택배'라고 적힌 주황색 옷과 모자 차림으로 물품을 손수레에 담아 두 명씩 조를 짜 물건을 배달한다. 물건이 크고 무겁거나 주인이 없을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일하는 재미에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다.
노인들이 받는 돈은 1인 당 월 10만원에 물건 한 건 당 500원으로 용돈에 불과하지만 돈보다 일을 한다는 사실이 더 즐겁다. 적막한 경로당에서 하루 종일 10원짜리 '고스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이제 보람과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택배단장 임신황(77) 할아버지는 "어려운 시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일을 하니 청춘으로 돌아간 것 같이 기분좋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홍옥순(81) 할머니는 "자식들이 응원해줘 더 활기를 느낀다"며 웃었다. 주민 김모(33ㆍ여)씨는 "배달이 와도 문을 쉽게 열어주지 못했는데 어른들께서 해주시니 안심"이라며 "낮 시간에 외출해도 늦은 시간에 직접 와주셔서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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