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붙은 불꽃이 장미로 바뀌면 어린이들이 '와'하고 소리를 지르죠. 이럴 때가 가장 기쁩니다."
한 집배원이 웃음치료사와 마술사 자격증을 취득, 우편물 뿐 아니라 웃음과 사랑을 배달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대전 둔산우체국의 최명신(42) 집배원. 그는 보육원 어린이들이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웃음 마술사'로 통한다. 기다리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웃음으로 병을 치료해주는가 하면 마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곤 하기 때문이다.
최 집배원이 '소식의 전령' 생활을 시작한 것은 군 제대 후인 1992년부터. 우편물을 배달하며 의외로 외로운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웃음치료사 과정을 수료하게 됐다. 재주가 좋다는 주위의 평에 용기를 내 마술사에도 도전, 3년전 자격증을 땄다.
아침 8시에 출근, 하루 1,000통이 넘는 편지와 소포 등을 배달하고 다음날 배달할 물량을 챙긴 뒤 밤 7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그는 요즘 더 현란한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맹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최 집배원의 봉사 활동에 뜻을 같이 한 동기들은 함께 웃음과 마술을 전하는 사랑의 전령사란 뜻의 '웃마사'를 결성했다. 입소문이 나자 최근 보육원 등에서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러한 선행이 알려져 최 집배원은 18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정경원)에서 주는 '올해의 고객감동집배원 대상'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는다.
최 집배원은 "작은 꽃밭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라며 "작은 재주에도 고객들이 큰 즐거움을 느낀다면 웃음 마술 봉사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고객감동집배원'에는 최 집배원을 비롯, 은상에 남윤희(광화문) 조병래(구례간전) 집배원이, 동상에 김철(계양) 한재경(함양마천) 황천규(태안원북) 장대근(달서) 김기섭(정읍) 이석근(춘천) 김시영(여주북내) 집배원이 선정됐다. 수상자 10명에게는 장관 표창과 포상금(100만~300만원)이 주어진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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