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노동당 정부의 피터 가렛(55) 환경장관이 왕년에 인기를 누렸던 밴드 보컬리스트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 거액의 자선기금을 모으는데 일조해 화제다.
록밴드 '미드나이트 오일'의 리드 싱어였던 가렛 환경장관은 지난달 발생해 200명의 희생자를 낸 빅토리아주 산불 피해자와 퀸즐랜드주 홍수 수재민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을 위해 다시 뭉친 5개 밴드 중 하나인 '미드나이트 오일'의 일원으로 무대에 나서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들 밴드와 유명 가수들은 시드니와 멜버른 등 호주 각지에서 동시에 열린 콘서트에 참여해 10만명 이상의 관중을 끌어 들이면서 의연금도 15일까지 이미 500만 호주달러(약 47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특히 가렛 장관이 출연한 멜버른 크리켓 경기장의 공연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8만3,000명의 팬들이 모여 들었다.
스킨헤드 출신의 가렛 장관은 198cm의 장신으로 현역 활동 당시 정치색 짙은 노래를 불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보다 높은 이상을 실현할 목적으로 정계에 입문하기 위해 2002년 밴드 활동을 중단했다. 다만 그는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05년 인도양 쓰나미 희생자를 위한 자선무대에도 '미드나이트 오일'과 함께 섰다.
가렛 장관은 14일 의회가 끝나자마자 공연장으로 달려와 마지막 스테이지에 등단,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과시해 8만여명의 관중을 열광시켰다.
그는 반개발과 반전 등을 메시지로 하는 '블루 스카이 마이닝 앤 베즈 아 버닝(Blue Sky Mining and Beds Are Burning)' 등 대표곡들을 오랜만에 선보이며 엉거주춤 구부린 채 추는 특유의 댄스를 곁들여 환호를 받았다.
현지 언론은 그에 대해 "'록의 혼'이 아직 살아 있었다. 의사당에 있을 때보다 무대에 선 때가 더 생생한 것 같다"고 묘사했다.
가렛 장관은 15일 "이번 '사운드 릴리프' 자선공연은 밴드에게나 나 개인에게 절대적으로 기념할 만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남을 돕는데 참여한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미드나이트 오일'은 이날 공연에 앞서 13일 수도 캔버라 컨벤션 센터에서 3,000명의 관중을 앞에 둔 채 두 차례 멤버들 간 손발을 맞추고 실력을 가다듬기 위한 '워밍업' 연주회를 두 차례에 걸쳐 가졌다. 가렛은 캔버라 무대에선 '레드넥 원더랜드(Redneck Wonderland)'등을 불렀다.
헤럴드 선 온라인판은 16일 '사운드 릴리프'에 모인 성금이 이번 주에 추가로 집계가 끝나면 적십자사 산불 후원회에 답지한 기부금은 2억5,000만 호주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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