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종섭의 논형] 소말리아 파병과 국민 보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종섭의 논형] 소말리아 파병과 국민 보호

입력
2009.03.16 23:57
0 0

국민에게 나라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공동체가 안전하게 존속할 수 있게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는데 있다. 나라가 없다는 말은 국민이 나락에 떨어져도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주 우리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 함이 이끄는 청해(淸海)부대가 소말리아 해적들이 무장납치를 자행하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발진하였다. 우리 국적선과 국민을 보호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국제평화질서와 해양안전 확보에 공헌하기 위하여 위풍당당하게 대양으로 나갔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국민 보호의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고, 국제평화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첫 해군력 '대양 진출' 쾌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홍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나오는 길목에 있는 해상운송의 요충이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소말리아가 오랜 내전으로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가 악화되면서 로켓포 등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바다로 나와 국적을 불문하고 선박을 납치하여 돈을 요구하는 행각을 벌이고 있다. 2008년만해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선박피랍 사건 43건 가운데 36건이 아덴만 해역에서 발생하였다.

아덴만 해역이 해적의 소굴로 변하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속속 해군 함정을 파견하였다. 미국의 구축함 3척, 덴마크 1척, 터키 1척으로 연합해군사령부를 설치하였고, 독일,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은 각 1척을 보내 EU(유럽연합) 해상전투단을 창설하여 활동하고 있다. 중국도 군함 3척을 파병했고, 러시아는 2척, 인도는 1척, 말레이시아도 1척을 파견하였다. 일본이 곧 구축함 2척을 보낼 예정이고, 나토군도 군함 6척을 파병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싱가포르도 헬기를 탑재한 상륙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렇게 각 나라들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전투함을 파병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2006년에 한국 선박 1척이 피랍되고, 외국 선박에 탑승했던 한국 선원들이 피해를 본 것만도 5건에 달한다. 아덴만을 통과하는 국적선은 연평균 460척에 달하고, 한국 선원이 승선한 외국 선박은 연평균 2,000여척에 이른다. 우리 청해부대는 이 가운데 해적의 공격에 취약한 국적선을 우선적으로 호송하는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어떤 경우에도 자국민 보호의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아덴만에 파견된 각국 해군 함정은 연합해군사의 해양보안작전에도 참여하지만, 청해부대는 우리 해군이 작전지휘권을 보유한다. 호송작전은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통제하고, 연합작전 때에만 각국 해군 장성이 돌아가며 맡는 현지 사령관이 통제한다.

이번 소말리아 파병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해외에 전투함을 파견하는 최초의 쾌거이다. 아무리 자국민이 외세의 침해를 받아도 국력이 자기 국민을 보호하는데 미치지 못하면 자국민 보호라는 것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국력을 강화하여 이제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투함도 파견할 수 있는 단계에 다다랐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파병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해외에 파병을 하여 활동하는 것은 연합작전의 경험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군대와의 협력이나 국가간 사법공조 등과 같은 새로운 국제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나아가 국방, 외교, 해양, 선박회사 등 관련 기관과 군민 사이의 협력과 법적 시스템 정립이라는 경험을 축적하게 된다.

국력에 걸맞은 해군력 증강을

이번 해외 파병은 우리 해군의 '대양해군' 역량이 크게 강화된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우리 해군력은 이지스 함정만 6척을 가지고 있는 일본은 물론이고, 날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에 비하여 아직 크게 열세에 있다. 우리의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대양으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군력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국력과 해외활동 규모에 걸맞은 해군력을 갖추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1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