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중국에서 날아온 누런 먼지에 휩싸였다. 6차례나 황사 주의보가 발표되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예비특보가 내려진 16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학동로 사거리. 차모(38ㆍ여)씨는 흰 마스크를 쓰고 초등생 딸의 하교길에 마중을 나왔다. 그는 "오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오후 들어서 먼지가 심해 딸의 마스크까지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1ㆍ여)씨는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점심식사 후 회사 부근 공원을 산책했는데 눈과 코가 따갑고 목도 칼칼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서울 낮 최고기온이 13.1도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였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심한 황사 탓에 창문을 꼭 닫은 채 운행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침 조회나 체육 수업을 실내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해 5도에만 내려졌던 황사주의보는 오후부터 강원, 경북, 경기, 충청 등지로 차례로 확대됐다. 특히 속초에선 오후 들어 시간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539㎍/㎥에 이르는 짙은 황사가 나타났고, 백령도도 534㎍/㎥를 기록했다.
이밖에 대관령이 427㎍/㎥, 영덕 308㎍/㎥, 천안 298㎍/㎥, 영월 279㎍/㎥, 서울 150㎍/㎥ 등으로 측정됐다. 황사주의보는 시간당 미세먼지 농도가 400㎍/㎥ 이상 2시간 넘게, 경보는 800㎍/㎥ 이상 2시간 넘게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때 발표된다.
기상청은 이번 황사가 17일 오후부터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인 황사로 마스크, 식염수 등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삼성동 C약국 심관섭(78) 약사는 "15, 16일 이틀간 황사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F편의점 김현래(50ㆍ여) 사장도 "평소엔 마스크가 하루 1, 2개 정도 나갔는데 출근하는 직장인과 등교길 학생들이 16일 아침에만 10여개를 사갔다"고 전했다. '황사마스크', '물티슈', '식염수' 등 황사대비상품을 따로 구비한 F편의점 본사에 따르면 전국 매출이 7~8일 대비 15.4% 증가했으며 주문도 20.4% 늘었다.
최근 불어오는 황사는 아황산가스나 석영, 카드뮴, 납 등은 물론 다이옥신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황사가 실내에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꼭 닫고 습도조절을 해야 하며, 저항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고, 고단백 위주의 영양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은 "올해 황사는 2000년 이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평년(3.6일)보다 더 잦고 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을 포함해 올해 3번의 황사 중 두 차례나 특보가 내려졌다.
올해 황사 발원지는 2002년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네이멍구(內蒙古) 고원과 더불어 이전 발원지인 몽골, 황하 중상류의 바단지린 사막, 황토고원까지 추가돼 넓고 다양해졌다. 또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 뿐 아니라 저기압 등 다양한 기류의 영향으로 황사 흐름이 규칙 없이 관측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기상청은 올해 황사가 잦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천식환자, 어린이, 노약자 등을 위한 '황사정보 문자서비스'를 5,000명에게 시범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자는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를 통해 신청하면 3월 말부터 무료로 황사 예ㆍ특보 발표, 국내 황사 관측 및 종료 시 문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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