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재판을 독촉하고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한 것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 대법관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현직 대법관이 공직자윤리위에 회부된 것은 처음이어서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16일 “특정 사건의 보석재판에 관하여 언급하고, 이메일 등을 통해 재판진행을 독촉한 것은 재판 내용과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106건의 촛불사건 가운데 19건을 특정 재판부에 (임의)배당한 것은 배당 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과, 배당을 담당했던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도록 지시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이번 사태가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인식 아래 엄정히 조사했다”며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대법원장이 사건을 윤리위에 부친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13일 촛불재판 사건을 맡고 있는 모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석을 신중히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하고, 당일 회의석상과 이후 11월24일까지 3차례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위헌 제청 사건을 제외한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라”고 재판을 독촉했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재판의 내용이나 절차 진행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토록 요구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 대법관은 촛불시위 사건 8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 배당한 뒤 단독 판사들이 이를 문제삼자 무작위 배당을 하기로 약속하고서도 이후 기소된 96건 가운데 10건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만나 헌재에 계류된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신 대법관과 헌재는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한 사실이나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조사단은 그러나 이 대법원장의 연루 의혹과 관련, “이메일 내용 중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진행하라는 것은 대법원장님의 뜻’이라는 대목은 신 대법관이 작문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집시법과 전기통신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의 자제를 당부하고 ▦“선고유예는 부적절하다”고 발언했다는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이 또한 재판 관여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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