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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본영화 '도쿄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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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본영화 '도쿄 소나타'

입력
2009.03.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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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꼴이 말이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배 같단 생각이 든다. 구명보트는 이미 떠나버렸고 물도 입까지 차 올라서 이젠 끝장이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살 길을 찾는 거지. 그렇다고 물 속으로 뛰어들 용기도 없고…"

어느날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난 류헤이(가가와 데루유키)에게 우연히 만난 실업자 고교동창이 맥없이 던지는 말이다. 실직으로 오갈 데 없는 40대 중반의 넋두리로 비치지만, 침몰 직전에 몰린 류헤이 가족의 위기상황을 묘사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중이 담긴 대사다.

제목만 보고 밝고 경쾌한 음악영화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피아노에 소질이 다분한 소년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문제 많고 탈 많은 현대 가족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 사위가 어둡고 바닥은 질척거리는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으로 치자면 랩소디에 가깝다.

영화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둔 가장 류헤이의 실직으로 시작된다. 그렇다고 실직이 가정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주 요인은 아니다. 가장의 실직 이후 가족 안에 내재된 갈등이 우연하게도 동시다발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가족의 균열을 부추길 뿐이다.

한 지붕 아래 모여 산다지만 가족 구성원들 누구도 가슴을 터놓지 않는다. 적막 속에 식사를 함께하고,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왔습니다"라는 습관적인 말만 연발한다.

가장은 실직 사실을 숨긴 채 거리로 출근하고, 아내 메구미(고이즈미 교코)는 기계처럼 가사를 처리할 뿐이다. 큰 아들은 집을 하숙집처럼 들락거리고, 작은 아들은 급식비로 부모 몰래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각자 가족 해체의 임계점을 향해 내달린다. 큰 아들은 미군에 자원 입대하고, 가족의 최후 보루였던 아내는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피아노 레슨을 들킨 작은 아들 겐지는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비행의 길로 치닫는다.

그러나 영화는 파국으로 결말을 맺지도, 대안가족 식의 진보적 선택도 하지 않는다. 흩어졌던 가족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식탁 앞에 다시 모이고, 겐지가 참여한 피아노 콩쿠르장엔 따스한 햇살이 내린다. 감독은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에 한 소절의 마지막 희망을 던진다.

'도플갱어'와 '로프트' 등 사회비판적 공포영화를 주로 내놓으며 자신만의 지형을 형성해온 구로사와 기요시(黑澤淸) 감독이 연출했다. 그는 가족 갈등을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시키며 깊이와 울림을 더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주목할만한 시선'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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