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수력에너지 발전기와 주변 장비를 생산하는 ㈜금성E&C의 충남 논산 공장에는 다음달부터 특별한 직원 한 명이 근무를 시작한다.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 올렉 메슈코프(43)씨가 그 주인공이다. 금성E&C는 지난해 11월 펌프, 로켓 엔진, 소수력터빈 전문가인 메슈코프씨를 KOTRA 러시아 비즈니스센터(KBC)를 통해 소개 받은 뒤 인터뷰를 거쳐 채용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도 소수력터빈 생산 업체가 있지만 터빈의 효율이 떨어져 직접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며 "국내에서는 터빈 개발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어 해외에서 데려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이끌고 갈 전문가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위원회는 2014년까지 국내에 4,500명의 녹색기술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녹색 산업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향후 녹색기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전문인력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해외 전문인력 유치 기구인 컨택트 코리아(Contact KOREA) 오응천 센터장은 "신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지금 상황에서 장기 투자를 요하는 기술인력의 직접 양성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며 "글로벌 그린기업에서 핵심 인력을 전략적으로 유치, 이들을 녹색기술인력 양성에 촉매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기술과 경쟁력은 2006년 현재 선진국 대비 60.2%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015년까지 80%로 끌어 올리고, 2030년까지는 90%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2015년까지 연평균 2.2%, 2030년까지는 0.7%의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향후 10년간은 선진국 따라잡기 식의 모방 연구로 우리의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되겠지만, 2015년 이후에는 선진국의 핵심기술 원천 봉쇄와 기술 경쟁으로 기술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녹색기술 수준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KOTRA는 법무부 등과 함께 해외 전문인력 유치에 발벗고 나설 방침이다. 그 첫 걸음은 내달 8일로 예정된 '녹색산업 전문인력 유치 화상채용 상담회'이다. 40개 해외 비즈니스센터가 국내 녹색 산업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발굴, 연결시켜주는 행사다.
KOTRA 조환익 사장은 "위기에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투자처는 인재"라며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해외 전문인력을 적극 유치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최고급 인재를 빨아들였던 뉴욕 월가(街)를 비롯, 글로벌 완성차 업체 등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해외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데 더 없는 '바겐세일' 기회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KOTRA 산하 컨택트 코리아(CK)는 국내 온라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검증된 해외인력 데이터베이스(DB)를 실시간 검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DB에 등재되지 않은 특수 직종 인력의 경우,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전문인력 발굴 신청을 하면 해외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우수 인재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도 펼친다.
컨택트 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10월 CK 홈페이지가 법무부 온라인 사증 발급 시스템(휴넷)과 연계되면 그간 평균 3개월 걸리던 인재 발굴-채용-입국 과정이 1주일로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