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친구 둘이 불쑥 회사로 찾아와 점심을 먹었다. 요새 봄나들이 프로젝트를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집에서 혼자 밥 먹는 대신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점심을 먹는다는 그 프로젝트에 많은 친구들을 물리치고 내가 당첨된 것이다. 점심 먹고 근처의 카페로 갔다. 늘 붙어다니면서도 성격이 정반대인 두 친구, 좋은 것을 드러내는 것도 다르다. 천장을 휘휘 둘러보고 이 의자, 저 의자 툭툭 두드려보는 한 친구에 비해 다른 한 친구는 새초롬하게 "괜찮네" 한 마디뿐이다.
종업원이 차 주문을 받으러 왔다. 별안간 한 친구가 차를 안 마시겠다고 말해 세 사람이 당황했다. 3인 중 2인이 주문했으니 된 것 아니냐고 오금을 박았다. 종업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인 1주문이 원칙이라고 되받았다. 결국 그 친구도 차를 시켰지만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차값도 비싼데다 리필도 해주지 않아 가끔 갈 때마다 불만만 품곤 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라면보다는 DJ를 보러 간 분식점, 배부른데 뭐하러 다 시키느냐고 두 그릇만 시키자고 했던 게 아무래도 그 친구이지 싶다. 나를 먼저 들여보내놓고 봄나들이를 계속할 거라 했다. 밀린 일들 다 팽개치고 그 프로젝트에 끼고 싶었다. 왜 그냥 친구가 아닌 '여고 동창생'이라고 부르는지 팔 아프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알 것 같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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