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사결과 발표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파문은 일단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법관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조사결과는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인 데다, 신 대법관이 자진 사퇴까지 결심할 경우 이번 파문은 사실상 확산의 동력을 잃어버릴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로써 파문이 완전히 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일반적 관측이다.
당장 이번 사태의 핵심 사안이 재판 독립의 침해였던 만큼 이에 대한 '복구작업'이 필요하다. 진상조사단도 이를 감안한 듯 "이번 사태를 통해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시정하고 관련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신속히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우선 배당 예규를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컴퓨터 추첨에 의해 무작위 배당한다'는 규정을 두고서도 '관련사건 등에서는 배당권자의 재량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 이 단서조항을 근거로 8건의 촛불사건을 '몰아주기 배당'해 파문이 시작된 만큼 대법원은 단서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 제기된 관료화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일부 소장 판사들은 법원장의 근무평정에 따른 인사제도의 문제점이나 법관 업무의 행정화, 통계 우선 경쟁체제 등 사법부에 만연한 관료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 파문의 근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인사제도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법원 내부의 여론을 종합해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일로 법원의 대외적 신뢰가 추락했다는 사실도 사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외부의 압력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불거진 과거 사법파동과 달리 이번 사태는 법원 내부에서 발생한 재판독립 저해 행위라는 점에서 사법부로서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재판의 독립이 보다 철저히 보장되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증진되는 전화위복의 사례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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