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반도 남부 예멘의 관광지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로 한국인 관광객 일행 중 4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이라크에서 희생된 김선일 씨나 2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아프간 선교단 피랍 사건 등이 있었지만 테러 공격으로 여행자들이 숨진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테러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예멘 정부 관계자나 외신들은 자살테러나 매설 폭발물에 의한 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멘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들의 거점으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무장조직의 외국인 대상 테러가 빈번했던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폭발 지점이 폐광과 가까운 곳이어서 버려진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인한 단순 사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신속대응 팀이 급파된 만큼 예멘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조기에 진상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
테러가 분명하다면 그 목적과 동기 파악이 중요하다. 외교부는 테러라 해도 특별히 한국인을 노린 게 아니고 불특정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한국인을 계획적으로 노렸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아랍권에서 한국 이미지 변화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 주 우리 해군의 청해부대가 예멘에서 멀지 않은 소말리아 해역으로 파병된 것과의 연관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여행자 등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노력에 허점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예멘을 여행제한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지만, 해외 여행지가 다변화하는 만큼 보다 치밀하고 세심하게 국민들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 해외여행 주선 업체나 여행자들도 스스로 안전을 돌봐야 한다. 사건이 일어난 하드라마우트 지역은 주 예멘 한국대사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특히 주의해야 할 곳'으로 명시했는데도 여행사측은 별다른 안전 조치 없이 여행을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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