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인연 따라 되는 것이죠."
일당 김태신 화승(畵僧)에게 어머니인 비구니 고(故) 일엽스님의 이야기를 꺼내자 원망이나 미련의 끈은 떨쳐 버렸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2002년 출간한 자전 소설 <어머니 당신이 그립습니다> 에서 일엽스님이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고 스님으로 불러라"면서 당시 14살이었던 자신에게 매정하게 대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수덕사를 처음 찾아가 어머니를 만났을 때의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머니>
1922년생인 그가 미수를 맞아 화집을 발간한 데 이어 이달 25~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일당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요즘도 하루에 여덟 시간을 그릴 때도 있다"며 "어머니도 가끔 그린다"고 말했다.
일당의 어머니 일엽스님은 일제 강점기 유학파 출신의 여류문인. 나혜석과도 절친했던 그는 출가해 수덕사에서 수행하면서 한국 불교 최고의 여승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출가 전 일본 명문가 출신의 한 남자를 만나 김태신 화승을 낳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다. 홀로 남겨진 김태신 화승은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서 그림을 배운 뒤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 입학해 일본의 이토오 신스이 교수를 사사했다.
그래서 한일 양국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60대 중반에 출가해 그림을 그리는 화승으로 살아왔다.
그의 그림은 전통 물감인 석채로 그리는 동양화이지만 전통 한국화와 일본 근대 채색화의 영향도 받았다. 또 동양화 중 문인화로 대변되는 남종화가 아닌 북종화 계통이어서 사실적인 이미지를 담지만 불화의 의미도 담아 특유의 조형감각을 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고전에는 시대별 대표작 1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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