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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사극의 몰락/ 더딘 전개에 볼거리·새 트렌드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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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사극의 몰락/ 더딘 전개에 볼거리·새 트렌드 실종

입력
2009.03.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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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지난 주 시청률은 9.4%, 6편의 주간극 중 5위였다. '돌아온 일지매'는 스타PD 황인뢰 연출에 청춘스타 정일우가 주연을 맡아 MBC 안팎에서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여서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하던 사극 드라마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사극 3편이 잇달아 기대 밖의 시청률을 보이면서 사극 드라마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16일 발표한 9~15일 주간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사극 3편 중 KBS2의 '천추태후'(15.6%)만이 16위로 50위권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체면은 살렸다지만 기복이 심한 시청률 변화 앞에 '천추태후'의 속내도 편치 않다.

'천추태후'의 3월 첫 주 시청률은 9%로 그 전 주(17%)보다 무려 8% 포인트나 떨어졌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두 달이나 넘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크게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10일 첫 전파를 탄 SBS 월화 미니시리즈 '자명고'의 부진도 예사롭지 않다. '자명고'는 10일 시청률 4.2%를 기록했다. KBS2 '꽃보다 남자'와 MBC '에덴의 동쪽' 두 강자에 끼여 제대로 운신을 하기 힘든 형편이었다지만, 예상외의 시청률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극 드라마 부진의 이유는 뭘까. 우선 새로운 트렌드 개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사극 드라마는 2000년대 초입 '여인천하'와 '왕의 여자' 등 여인들의 궁중암투극이 주를 이루다 '대장금' 등 미시사 위주의 사극이 대세를 이어갔다. 이어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주몽'과 '태왕사신기' '대왕 세종' 등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극 하면 떠오를 만한 뚜렷한 트렌드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각 방송사의 사극 드라마가 각개약진하면서 바람몰이를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꽃보다 남자'처럼 전개 속도가 빠르고,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드라마에 열광하는 최근 시청자의 취향에 사극 드라마가 발을 못 맞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사극 드라마는 대형 전투 장면 등 볼거리도 많지 않은 편"이라며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 전개도 더디다 보니 참을성 없는 요즘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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