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결국 4ㆍ29 재보선 출마를 선택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주 덕진에서다.
정 전 장관은 12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당을 위해 티끌만한 역할이라도 하려 한다" "백짓장도 맞들면 힘이 덜 든다"는 말을 했다.
국내에 있는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역사가 거꾸로 가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지금 정동영 같은 자산이 원내에 들어와 역량을 총결집 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밀알론을 얘기했고 최 의원은 총결집론을 출마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만만치 않다. 정 전 장관을 통해 되살아나는 대선 패배의 아픈 기억, 지역구를 옮기는데 대한 거부감, 정세균 대표 등 신주류의 견제가 어우러져 반발의 농도는 출마 명분을 덮을 정도다. 정 전 정관이 "나도 인간인지라 아침에 이 생각이 들고 저녁에 이 말이 맞나 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출마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이 원내 복귀의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 더 이상의 '주유천하(周遊天下)'는 잊혀진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라는 절박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고향인 전주에 다른 인물이 들어서고, 금년 하반기부터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어 새로운 정치구도와 정치 스타들이 등장하면 재기의 가능성이 극히 좁아진다고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동작은 여전히 미안한 대상이다. 그래서 그는 내주 19일 전후에 귀국하면 먼저 동작을 당원간담회를 열 생각이다. 덕진에 발을 딛는 시점은 22일 전후. 일단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할 것 같다.
그 자신도 "그 동안 분노를 표출하는데 능했지만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데는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했다. 정세균 대표 등 신주류를 자극하지 않는 정중동의 행보를 취하겠다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당 안팎은 시끌시끌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_386 등 당내 반발이 많다.
"비판이 있다는 것 알고 있으나, 달게 감수하겠다. 후배들도 국민, 당을 사랑하는 충정을 갖고 있다."
_왜 수도권이 아닌 덕진이냐.
"내가 정치를 시작했던 곳이고, 우연히 선거가 열리게 됐다. 총선에서는 대선실패로 탈진해 있는데 많은 분들이 나가라 권해 동작에 출마했다. 백짓장도 맞들면 힘이 덜 든다. 당을 위해 봉사하겠다."
_지도부와 접촉했나.
"아침에 몇 차례 통화했다. 정세균 대표는 조찬모임이 있어서 메모 남겼다."
_공천 탈락 가능성은.
"공천은 사천과 다른 공당의 결정이다.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다. 도움이 된다면 그런 일(낙천)은 없을 것이다. 당을 만드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개인이익보다 손해를 감수했다."
_차기 대선출마 가능성은.
"정치인이 꿈을 꾸는 건 자유다. 꿈은 국민이 응답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은 당을 위해 티끌만한 역할이라도 하려 한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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