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금융회사라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구조조정기업의 자산을 사들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내 구조조정기금은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0조원을 조성키로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3일 경기악화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 은행 등 건전한 금융회사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기능이 떨어져 나와 설립되는 정책금융공사 내에 '금융안정기금'이 조성된다. 이 기금은 정부보증 기금채권을 통해 조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적자금이다. BIS 자기자본비율 8%를 넘는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보험사, 금융지주회사, 여신전문회사 등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도 향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면 금융안정기금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으로는 BIS 자기자본비율이 기준치에 미달해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 받아야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진 위원장은 "부실하지 않은 은행에는 공적자금을 강제로 투입하지는 않고 각 금융기관의 신청을 받아 지원할 계획"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제2의 은행 자본확충펀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기금은 신청 금융기관의 출자, 대출, 채무보증 등에 쓰인다. 정부는 기금을 지원 받은 금융기관과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후관리 상황을 국회에 보고하게 된다. 진 위원장은 "은행 자본확충펀드처럼 경영간섭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실제 기금마련은 향후 은행자본확충펀드의 소진 상황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자산관리공사법'을 개정, 40조원 한도의 구조조정기금을 2014년 말까지 운영키로 했다. 당초에는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 규모(21조6,000억원)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기금규모를 대폭 늘린 것. 기금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과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구조조정기금도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성하며, 실제 발행시기와 규모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현황과 채권시장의 발행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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