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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교육, 死교육] <7·끝> 전문가 30인이 제시하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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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교육, 死교육] <7·끝> 전문가 30인이 제시하는 해법

입력
2009.03.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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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私)교육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 공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교육'이라는 본래 목적은 실종된 지 오래다. 국제중이나 특수목적고 등을 거쳐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등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될 뿐이다.

사교육비 때문에 가계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급기야 엄마가 자녀 학원비를 벌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야 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사교육은 계층 간 수혜 격차를 동반할 수밖에 없어 위화감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회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교육의 목적을 떠올리면 "심각하다"는 말만으로는 위기의 파급력이 너무도 크다.

'교육을 죽이는' 사교육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본보는 '사(私)교육, 사(死)교육' 시리즈를 마치면서 교육학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각계 전문가와 사교육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 30명에게서 해법을 들어봤다.

이들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상호 보완적으로 공존하지 못하는 구조를 우선 지적했다. 겉으로는 "학교가 교육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현실은 특목중-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거대한 경쟁 구도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우신고 최영우군은 "공교육은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 가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들을 봐라. 학교 공부만으로 절대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 목표와 입시 제도, 그리고 학교 현장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같은 괴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공교육 활성화', '사교육 경감'을 외치는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충고다.

특목중ㆍ고 본래 설립취지 살려야

갈수록 과열되고 있는 특목중ㆍ고 입시 열풍에 대한 처방은 비교적 명료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외국어고는 외국어에, 과학고는 과학에 재능이 있는 영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런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전공에 맞는 방향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특목중ㆍ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중ㆍ고가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지금처럼 '명문대 진학 코스'로 인식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특목중은 사회적 동의 없이 생긴 게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이미 개교한 상황에서 사립초등학교처럼 추첨제 선발을 유지해야 사교육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는 회의적 의견도 있었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특목중ㆍ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저연령화 현상이 만연한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을 찾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어제일주의' 인식부터 바꿔야

영어 사교육 열풍을 해소하기 위해선 모든 국민, 모든 학생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사람들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현 서울 숭실고 영어교사도 "대학에서 영어성적에 따라 특혜를 주고 직장에서도 선발이나 승진시험에서 이익을 주는 등 영어에 대한 사회적 가중치가 지나치게 높다.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세부 해법도 제시됐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연대 정책위원장은 "초등 단계에서는 영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는 대 초점을 맞추는 등 조기 영어교육 정책을 우선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학교 수업 만으로는 영어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인 만큼 인터넷 과제를 부여해 온ㆍ오프라인 통합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뒷북대책이 사교육 되레 키워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 뒷북 대응이 사교육을 키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령 외고 입시 논란만 해도 참여정부 때부터 학부모ㆍ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시 위주의 파행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문제가 번진 뒤에야 지필고사 금지, 전공심화과정 확대 등을 뼈대로 하는 외고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외고 사교육은 여전히 식을 줄 몰라 '실패작'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정 교수는 "정부 사교육 대책을 보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전혀 없다"며 "사교육을 잡겠다고 하지만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수단만 늘렸을 뿐 성공한 정책은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신혜정씨는 "정부가 대책을 시행하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지난해 말 학원비 거품을 빼겠다?달려드니까 학원들이 마지못해 학원비를 조금 반환했을 뿐 올해 다시 올렸다. 이런 게 무슨 대책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입제도 개선이 열쇠

해법의 방향은 달랐지만 설문 대상자 대부분은 사교육을 줄이려면 어떤 식으로든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들은 최근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입학 사정관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강제상 경희대 입학처장은 "학생 선발에서 교과영역도 중요하지만 대학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지원자의 특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줄세우기를 막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입학사정관제가 입시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대학 자율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명신 교육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십수년간 여러 정권에서 입시제도에 메스를 댔지만 사교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한계가 있음을 입증했다"며 "대학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은 교육 경쟁이 아닌 선발 경쟁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J고 박소현양은 "지식평가 중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가 존속하는 한 대학들의 우수 학생 선점 경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입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입 전형이 복잡해지면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로 사교육이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선발 기준은 다양하게 마련하더라도 전형은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교육 살리기의 출발점은 '교실'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이 사교육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관건은 위기에 처한 공교육 현장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연구소장은 "사교육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해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교원평가 및 연수, 재정 지원, 선진형 수업 등 현재 진행 중인 공교육 비판은 주로 정부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사의 질, 수업 방식 등 학교 본연의 기능에서부터 생산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민주노동당) 의원은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3월을 기준으로 고교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수만 33.7명에 달한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소프트웨어만 갈아끼웠다고 사교육이 진정되기를 바라는 인식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수준별 수업, 방과후 학교 내실화 등의 수월성 교육도 결국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뒤에야 실현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준순 서울 여의도여고 교장은 "공교육 정상화는 결국 교육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교사는 전문성을 키워 학교가 학원보다 낫다는 믿음을 줘야 하고, 지역사회도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조력자로 학교의 체질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에 도움주신 분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안민석 민주당 의원

강제상 경희대 입학관리처장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

김윤제 성균관대 입학처장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정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김명신 교육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윤숙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이범 교육평론가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조진형 자유교육연합 공동대표

한만중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위원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연구소장

이준순 서울 여의도여고 교장

이향식 서울 신동중 교장

김승현 서울 숭실고 교사

양설 경기 분당 장안중 교사

박현미 학부모

신혜정 학부모

박소현 경기 J고 1년

최영우 서울 우신고 3년

(30명, 분야별 가나다 순)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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