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 현지 우리 국민들을 억류하는 비인도적, 비상식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현인택 통일부 장관)이라는 원론적 언급만 할 뿐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화채널이 봉쇄돼 북한에 항의조차 전달할 수 없고, 비료나 쌀 등 인도적 지원도 하지않고 있어 북한을 제어할 지렛대도 없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비대칭적이지만, 북한 영토인 개성공단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의 경우 그런 성격이 더욱 농후하다. 한마디로 북한이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10일 1차 통행 차단을 푼 뒤 13일 2차 통행 차단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정부가 "북한이 다시 그러지 않으리라 믿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개성공단 체류 국민들이 인질상황에 놓이게 될 경우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을 진작에 마련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설립 때부터 '남북 전면전 발발 시 노골적 인질사태 발생 시 구출 작전' 등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위기대응 시나리오만 있어 지금 같은 통행제한 조치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직접적인 제어는 못해도 간접적으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노력은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소한 국제사회의 공론화, 북한에 말발이 먹히는 중국을 움직이는 외교전은 펼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비인도적 통행제한조차 교묘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외국인 4명, 자녀 결혼 등이 걸린 남측 인원 2명 등 6명에 대해서만 선별적 귀환을 허용, 국제문제로의 비화나 인도적 비난 등을 피하겠다는 계산을 드러냈다. 뻔하고 얄팍한 북한의 행동이었지만 그저 북한만 쳐다보는 정부의 대응보다는 정교하고 교활했다.
정부가 지금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대응책은 공단 체류자의 철수다. 그러나 개성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북한 허가사항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나아가 16일 이후 통행 제한을 다시 풀 경우 출경(입북)을 허용할지 여부도 민감한 문제다.
일단 정부는 입주 기업들의 입장을 반영, 출경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정부가 경제논리로만 접근, 대책 없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반대로 출경을 금지하기도 쉽지 않다. 출경 금지와 개성공단 인원 철수는 개성공단을 사실상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사람이 죽은 금강산 사건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공단 폐쇄나 인원 철수 등 초강경책은 현재로선 정부 선택지에 없다는 의미다. 물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인원 철수나 개성공단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정부의 고민은 깊다.
최문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