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 자본확충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수출ㆍ내수의 동반 급감에 따라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준 금융회사 자산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자산이 늘어나면 대출창구가 얼어붙어 자금난이 심화되고,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 외국언론의 한국은행 때리기가 잦아진 것도 은행 건전성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18개 국내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 결과, 내년 말까지 42조원의 자산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부정적 보고서를 낸 것은 은행의 해외차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피치 보고서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지만 분통만 터뜨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금융회사의 체력 보강 방안을 내놓은 것은 대내외 악재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 우량은행도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꽉 막힌 중소기업 대출의 물꼬를 터 주고, 과감한 기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BIS비율 8% 이하 은행에만 공적자금을 투입토록 한 현행법을 서둘러 고쳐야 한다.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금융회사 부실채권과 구조조정기업 자산을 사들이는 것도 차질이 없어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미 발표된 20조원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 펀드에 이어 공적자금 투입, 구조조정기금 조성까지 이루어지면 은행건전성 악화를 차단하는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은행은 국민의 혈세로 체력을 다지는 만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지지부진한 구조조정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과 부실자산 매입규모를 은행의 중기 대출 및 구조조정 실적과 연계해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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