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전주 출마를 선언한 13일 오전,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도부가 며칠 전 "정 전 장관의 출마는 본인과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고 내심 출마를 포기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지도부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인 이유는 일단 명분상으로는 '개혁 공천'이라는 재보선 전략이 틀어진다는 것이다. 재보선을 통해 이탈했던 지지층을 재결집하기 위해서는 전주 덕진, 완산 등 텃밭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바람을 일으켜야 하고, 그 바람으로 수도권에서도 승세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다.
반발의 일선에는 당내 신주류인 386 의원들이 서있다. 그 동안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최재성 의원은 "당내 갈등이 두려워서, 혹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공천한다면 민주당의 새로운 모습을 원하는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대표도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당의 책임있는 모든 분들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 대표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만 생각하겠다"고 했다. "사전에 전혀 당 사람들과 상의한 적도 없지 않느냐"는 불쾌감도 표출했다.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개혁 공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정 전 장관만큼 묵직한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고, 어설픈 후보를 공천할 경우 오히려 수도권의 지지세력이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전주 덕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물이 정 대표 측근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개혁공천의 저변에는 정 전 장관의 입성을 견제하려는 세력의 이해가 깔려있다"는 반박도 있다.
그래서 정 전 장관은 민주당 지도부에는 '양날의 칼'이다. 정서적으로는 공천을 주기 싫다는 기류가 역력하지만, 의도적으로 정 전 장관을 배제할 경우 그로 인한 내홍은 수도권에도 악영향을 주어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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