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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짐싸는 중국인 애널리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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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짐싸는 중국인 애널리스트들

입력
2009.03.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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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A씨는 지난해 12월까지 국내 B증권사의 연구원(보통 애널리스트)이었다. 타향살이가 힘에 부쳤지만 깐깐한 모국(중국)시장 전망으로 차곡차곡 명성도 쌓았다. 그런 그가 2년 넘게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 최근 고국으로 돌아갔다.

대외적으로 밝힌 이유는 MBA진학. 그러나 속사정은 따로 있었다. 그는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고액연봉이 보장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연봉협상도 문제가 있었고, 환율급등으로 집에 보내는 돈도 반으로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학교가 아닌 중국 현지 증권사에 이력서를 낼 참이다.

짐 싸는 중국인

국내 증권사 소속 중국인 애널리스트 2명중 1명이 짐을 싸고 있다. 이들은 2007~2008년 증시활황과 중국펀드 열풍을 타고 여의도에 속속 입성했다. 한때 20명이 훌쩍 넘을 때도 있었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당시 중국관련 리서치(투자분석 및 경제조사)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앞 다퉈 중국인 애널리스트를 뽑았기 때문. 중국펀드 투자자의 관심과 중국진출을 노리는 증권사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중국통(通)이 필요했던 셈이다. 중국인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보고서 덕을 톡톡히 본 곳도 있다.

그런데 각광 받던 이들이 지난해 말부터 소리소문 없이 하나 둘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 한화증권은 4명에서 3명, 대신증권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1명씩 뒀던 현대와 신영증권은 이제 아예 없다.

국내 증권계에서 일하는 중국인 모임에서도 대놓고 내색은 않지만 '귀향' 얘기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주리나(周麗娜) 대신증권 연구원은 "본국으로 돌아간 동료가 최근에도 2, 3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재중동포나 오랜 기간 살아온 유학생 출신, 한국인 배우자를 둔 이들은 그나마 잘 버티고 있다.

왜 떠나나

귀향 이유에 대해 이들은 대부분 학업과 향수병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복잡하다. 우선 환율. 최근 원ㆍ위안 환율은 220원대다. 지난해 1월(120원대)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예컨대 1,000만원을 환전하면 작년 1월엔 약 8만3,300위안이었으나 이제 5만위안도 안 된다. 사라진 3만위안 남짓은 중국인 대졸경력 3~4년차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본국으로 송금하는 중국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눈뜨고 주머니가 털리는 꼴이다.

연봉협상(재계약)도 난항이다. 경기 및 증시침체가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은 국내 인력 채용조차 머뭇거리는 터라 외국 인력을 수용하기가 벅찬 상태다. 과도한 업무량도 한몫 한다. 중국관련 투자분석, 기업(산업)조사, 경제전반, 정책 전망, 비치용 자료작성 등 여러 사람이 맡을 일을 혼자 도맡는 경우도 많다.

그간 증시가 발달한 중국이 더 나은 근무환경과 대우를 제공한다는 정보도 중국인 애널리스트들의 맘을 빼앗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입 4,000만~5,000만원, 경력 6,000만~7,000만원이 중국인 애널리스트의 국내 연봉인데, 한국에서 2년 정도 하고 돌아가면 업무는 줄어드는 대신 1억원 정도를 벌 수 있는 걸로 들었다"고 했다.

비록 소수지만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신규채용 할 처지가 아니라 당장 빈자리를 누군가 떠맡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애써 구한 우수인력의 이탈이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은 "양국 언어에 능통하고 대부분 석ㆍ박사 출신인 고급인재를 뽑고 네트워크를 잇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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