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야마다 아키코(42ㆍ여)씨는 매월 한 차례씩은 꼭 평균 일주일 여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 TV드라마 '고맙습니다' '하이에나'를 본 후 "평생 본 남자 배우 중 가장 잘 생긴" 신성록에게 반해 그가 출연하는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이다.
2007년부터 신성록 주연의 '햄릿'과 '실연남녀' '김종욱 찾기' 등을 관람한 야마다씨는 요즘은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 뮤지컬도 부지런히 찾아 본다.
한국 뮤지컬 팬 사이에서도 마니아 성향 관객의 높은 지지를 얻은 '쓰릴 미' '씨왓아이워너씨'를 관람했고 지난 6, 7일에는 '지킬 앤 하이드'의 부산 공연을 봤으며, 8일에 있었던 '돈 주앙'의 성남아트센터 마지막 공연까지 빼놓지 않았다.
6일 개막한 신성록 주연의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을 두 차례나 보고 12일 출국한 야마다씨는 24일 재입국, '마이 스케어리 걸'과 '쓰릴 미'를 다시 관람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TV연기를 겸하고 있는 남자 배우들의 출연작을 중심으로, 한국 뮤지컬을 보기 위해 방한하는 일본 여성팬이 늘고 있다. TV드라마를 시발점으로 영화와 대중가요 등으로 퍼진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 즉 한류가 뮤지컬로까지 확산ㆍ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난타' '점프' 등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경우 이미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일본인뿐 아니라 다국적 관객이 공연장을 찾고 있지만, 한국어 대사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뮤지컬 공연장에 일본인 관객이 등장한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는 뮤지컬계의 스타마케팅이 일반화된 데서 주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방영된 TV드라마로 한국 남자 배우들을 접한 일본 여성들이 뮤지컬을 통해 이들을 직접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엔고 현상으로 한국 여행길이 수월해진 것도 이들의 원정 뮤지컬 관람에 큰 도움이 됐다.
역시 신성록 주연의 '마이 스케어리 걸' 공연장에서 만난 우르시바라 아키코(40ㆍ여)씨는 이 작품 외에도 TV드라마 '궁'으로 일본에 이름을 알린 주지훈이 출연한 '돈 주앙', '왕과 나'에 나왔던 오만석 주연의 '드림걸즈'를 최근 관람했다.
'드림걸즈'는 오만석과 더블 캐스트인 김승우도 출연 드라마 여러 편이 일본에 소개된 바 있어 일본인의 관심도가 높다. 김승우의 본 공연 첫 무대였던 2월 28일에는 일본 관객 60여명이 단체로 다녀가기도 했다.
한류 정보를 담는 한ㆍ일 양국의 전문 매체나 웹사이트 등도 TV드라마나 대중가요 못지않은 비중으로 한국 뮤지컬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 호텔 정보사이트 룩코리아(www.lookkorea.jp)의 '드라마 영화 촬영지 투어' 카테고리에는 4월 7일부터 공연되는 가수 이지훈 주연의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 주요 상품으로 소개돼 있다.
일본 관객들은 일차적으로는 특정 배우 때문에 한국 뮤지컬을 접하지만 이후 공연 자체에 빠져들어 관람 폭을 늘리는데다 내용 이해를 위해 반복 관람하는 경향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제작사들이 새로운 관객 발굴 경로로 이들을 주목하고, 외국인을 위한 티켓 예매 환경 개선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신성록 때문에 한국 뮤지컬을 봤던 야마다 아키코씨의 경우 얼마 전부터는 뮤지컬 전문 배우 홍광호의 작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홍광호의 목소리에 반해 차기작 '빨래'를 보러 5월에도 다시 한국에 올 생각"이라는 야마다씨는 "일본 뮤지컬도 몇 차례 관람한 적이 있지만 한국 배우들이 훨씬 재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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