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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美 문학계 풍운아 잭 런던의 걸작선 3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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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美 문학계 풍운아 잭 런던의 걸작선 3권 출간

입력
2009.03.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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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알래스카. 184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골드러시가 북상하며 수많은 동부의 청년들을 이 동토의 땅으로 꾀었다. 알래스카 금광캠프의 잘생긴 청년 '버닝 데이라이트'. "느덜도 같이 마셔" 혹은 "한파가 증말 올거야" 하는 식의 촌스러운 말투를 쓰지만, 자신감 하나로 똘똘 뭉친 청년이다. 본명은 일럼 하니시지만 동료들을 깨울 때마다 "해가 불탄다(Daylight is burning)!"고 소리를 질러 버닝 데이라이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20세기초 미국 문학계의 풍운아였던 잭 런던(1876~1916)의 장편소설 <버닝 데이라이트> (1910)는 빈털터리로 출발, 우직함 하나로 자수성가한 버닝 데이라이트의 일대기다. 순진무구했던 주인공이 알래스카에서 금광을 발견한 뒤 큰 돈을 모으고, 서부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진출한 뒤 냉혹한 자본가로 변신하는 과정은 20세기초 적폐를 드러내기 시작한 약육강식의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데이라이트는 미국의 자본가들을 수퍼맨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그는 "아주 드물고 신화적인 예를 제외하고는 사업과 재계의 수퍼맨들 사이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이 현대의 수퍼맨들은 아주 몰염치하고 야비한 도둑떼여서 자신들의 희생양에게 자신들은 절대 실천하지 않는 옳고 그름의 규범을 설파했다. 그들에게 약속이란 자신들이 지킬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자기반성도 없는 탐욕스런 자본가들을 고발한다.

작가 잭 런던은 그의 입을 빌어 "대규모 사업가들. 그들은 수백 수천의 노동자와 생산물 사이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거대하고 복잡한 장치를 이용했다. 그들은 본질상 이런 직접적인 소득에 만족하지 않는 도박꾼이기 때문에 서로를 공격했다. 게임의 이런 국면을 대형금융거래라고 불렀다"라고 쓰는 지점은 100년이 지난 지금 펼쳐지고 있는, 금융자본에 의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경고한 섬뜩한 묵시록으로 읽힐 정도다.

40년의 짧지만 불꽃같은 생애를 산 잭 런던의 문학은 20세기초 미국소설사에 강렬한 각인을 새겼다. 통조림공장 노동자, 바다표범잡이 배의 선원, 금 채굴업자 등 10대 때부터 생계전선에 뛰어들었던 체험을 밑거름으로 그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한 소설들을 잇따라 발표한다.

최하층 노동자에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올랐지만 그는 당시 미국을 휩쓸던 사회주의운동에 공감을 표시하며 사회당 후보로 시장선거에 출마하기도 했고, 작가로 성공한 1910년께부터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의 숲속에 울프하우스란 농업공동체를 꾸리기도 했다.

잭 런던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는데, 1904년에는 러일전쟁 취재차 조선을 찾아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라는 여행기를 쓰기도 했다. 대표작은 록펠러가, 모건가, 카네기가 등 6~7개의 독점재벌들에 의해 미국의 국부가 장악됐던 1900년대초 미국의 현실을 풍자한 가상 역사소설 <강철군화> (1908). 국내에서 1980년대 말에 출간돼 많은 독자들에 의해 읽혔던 이 작품도 이번에 20년 만에 새로 번역됐다.

또 함께 번역된 <비포 아담> (1907)은 잭 런던이 최고급 요트를 타고 하와이와 타히티 섬을 항해한 뒤 쓴 소설이다. 사회진화론에 경도돼있던 그가 놀랄 만한 상상력을 발휘, 선사시대 인류의 삶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잭 런던 걸작선'(궁리출판사 발행)의 기획자인 번역가 곽영미(40)씨는 "런던이 살았던 100년 전 약육강식의 세상은 오늘날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단지 고도자본주의라는 이름 하에 좀더 세련된 모습만 보일뿐 더 잔인하고 혹독해졌다"며 "한국의 독자들 역시 한 이야기꾼이 풀어내는 이야기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잭 런던 걸작선'은 <밑바닥 사람들> <스타로버> 등 4권을 더 추가해 모두 7권으로 내년께 완간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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