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설명회를 다니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질문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중앙 은행들이 제로금리와 더불어 양적완화 정책까지 도입한다는데, 도대체 저렇게 화폐를 찍어내면 가치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주면 금융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여ㆍ수신을 반복하며 통화량을 늘린다. 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가 증가하며 실질적 화폐량도 같이 증가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를 보자. 2003년~2007년 미국 FRB의 자산(유동성공급)은 7,500억 달러에서 9,250억 달러로 약 23%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의 유동성(M2)은 5.7조에서 7.4조로 약 30%가 증가했다. 미국 명목 GDP가 그 5년간 32% 정도 증가했으니 얼추 비슷한 비율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금융기관의 자산 증가율이다. 상업은행은 5.4조 달러에서 8.3조 달러로 약 52% 증가했는데, 투자은행(IB)의 경우 1.3조 달러에서 3.1조 달러로 무려 131%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상업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이 보통 15배 정도이고, 투자은행(IB)의 레버리지가 30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IB들은 자산과 부채를 엄청나게 늘린 것이다. 그게 지금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제 상업은행만 남았다. FRB가 유동성을 풀어도 과거처럼 통화를 활발히 늘려줄 IB나 헤지펀드가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려처럼 화폐가치 급락이 현실화하기란 쉽지 않다. 유동성을 무한정 풀었음에도 디플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그 좋은 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문제인 시대다.
지난 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극적인 반등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도 미국 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를 이끈 요인들이 영 미덥지 않다. 씨티나 JP모건의 경우 1~2월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분위기다. 최소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구체화 되거나 1분기 실적 발표할 때 확인하겠다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추가 반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번 주 후반 국내 증시도 다소 탄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지수 반등 구간에서는 낙폭이 큰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매력이 높지만, 박스권 상단의 저항을 감안해야 한다. 지수 반등 구간에서는 최근 유동성이 몰리고 있는 그린, 바이오 등 정부정책 수혜주의 가격 조정을 기다려 매수타이밍을 저울질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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