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사에 국내 은행권이 단단히 뿔났다. 국내 은행들이 내년까지 42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피치사의 발표에 대해, 지난 주 은행연합회가 '소송불사'까지 언급한데 이어 은행출자 연구기관인 금융연구원도 정면 반박에 가세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15일 <피치사의 국내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 관련 평가> 보고서에서 "피치사는 국내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2.5% 성장을 한다는 전제로 손실률을 가정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산정된 손실 규모는 -2.5%성장에서 발생할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며 피치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피치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일 경우 순이자손실이 15%에 달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피치사의>
신 연구위원은 피치가 추정한대로 42조원의 손실을 반영할 경우,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단순자기자본(TCE) 비율은 지난해말 각각 12.19%, 6.23%에서 2010년말 각각 8.7%, 4.0%으로 하락하지만 선진국보다는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 은행권의 재무 건전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고려하면 42조원 규모의 손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도 앞서 13일 비슷한 논리로 피치사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부정확한 평가로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손상을 줄 경우 소송 등 법률적인 대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반발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도 "피치의 예상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자본확충펀드 등 국내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100조원 이상의 자본확충 여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신 연구위원은 "가속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와 기업부도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국내은행의 자본건전성 수준이 충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부실 확대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힘쓸 것을 권고했다.
한편 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파생상품 및 비이자이익 비중이 해외은행에 비해 낮아 이번 금융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게 발생할 것"이라며 "국내은행의 자본력을 감안하면, 해외은행들과 유사한 형태의 부실 발생 및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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