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울고 웃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랄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GC CA챔피언십 첫날.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화제의 스타가 됐다.
스텐손은 1라운드 3번홀(파4)에서 티샷을 러프 왼쪽 호수의 진흙밭으로 보냈다. 보통의 경우 워터 해저드 근처에 볼이 빠지면 양말과 골프화를 벗고 볼을 치지만 그는 양말과 신발은 물론 바지와 상의까지 벗어 제쳤다. 그는 흰색 속옷 하의만 남기고 홀랑 벗은 채 웨지를 집어 들고 흔치 않은 '누드샷'을 했고 결국 보기를 기록했다.
옷을 벗은 이유에 대해 스텐손은 "원래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창조하셨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볼이 진흙에 떨어졌고 그 때까지 여섯 홀이나 남았는데 옷이 만신창이가 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텐손은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17위에 자리했다. 스텐손은 골프 세계랭킹 7위의 유럽파 강호다.
이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39)와 양용은(37)도 물에서 희비가 갈렸다. 169야드의 파3 9번홀. 그린은 빠르고 그린 앞에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어려운 홀이다. 지난 주 혼다클래식에서 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양용은은 10번홀에서 출발해 후반 8번홀까지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그러나 마지막 9번홀에서 티샷이 짧아 그린 앞 호수에 빠졌고,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도 그린 왼쪽 벙커에 빠트리는 등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어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공동 60위로 밀렸다. 최경주도 9번홀에서 티샷을 호수로 날리면서 2타를 잃어 양용은과 함께 60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처음 스트로크 플레이에 나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언더파 71타로 공동 40위에 그친 가운데 필 미켈슨, 지브 밀카 싱, 레티프 구센 등 4명이 우즈에 6타차 앞선 7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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