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가 자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고인의 두 전 매니저 사이에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같은 연예기획사에서 일했던 두 사람 간엔 현재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문서 진위 공방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장씨에게 직접 문건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유장호 호야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장씨가 내가 있을 때 문건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장씨의 자필 문서가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유씨는 문제의 문건이 경찰이 KBS를 통해 입수한 것과 동일한 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앞서 유씨는 장씨 자살 이튿날인 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2주일 전부터 자연이가 나를 자주 찾아왔다. 해결점을 찾을 방법을 서로 얘기하다가 (장씨가) 자필로 쓴 종이 6장을 줬다.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해결해 달라고 했다"고 적었다.
13일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했을 땐 "유족들에게 문건을 넘겼으며, 그들이 원치 않아 문건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서에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유씨는 이날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가 언론 보도에 문건 내용이 노출된 것을 알고 자살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반면 고인의 소속사인 T사 대표로, 문건에서 고인에게 술 접대와 성 상납을 강요하고 폭행을 가한 당사자로 지목된 김모씨는 "문건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장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씨 측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일본 체류중인 김씨는 문건 내용 유출 이후 일부 매체와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 직원으로 있던 유씨가 지난해 소속 연기자들을 데리고 독립하는 과정에서 내게 4건의 민ㆍ형사 소송을 당했다"며 "유씨가 송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장씨 명의로 문건을 꾸며내는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찰이 출두 요청을 하면 당장 귀국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T사 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해 회사를 차려 독립했고, 이 과정에서 T사의 간판 연예인인 S씨, L씨 등이 유씨 회사로 이적했다. T사 측은 "전속 계약을 어겼다"며 지난해 12월 S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앞서 유씨 측이 "T사가 S씨의 드라마 출연료를 장기간 지급하지 않았다"며 김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데 대해,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 했다.
일각에선 송사로 얽힌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춰볼 때, 이번 문건이 자살한 장씨가 소속사 이적이나 소송 등을 위해 준비한 서류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건 형태도 유서가 아니라 지장과 간인(두 장의 서류가 관련된 것임을 증명하려 양쪽에 걸쳐 찍는 도장)까지 갖춘 진술서라는 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물론 이런 가정은 경찰의 필적 감정을 통해 고인의 자필 문건임이 밝혀져야 성립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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