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민주당 내 신ㆍ구주류가 치열한 명분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개혁 공천론'과 '총결집론'이다.
정 대표와 386 의원들이 중심인 신주류의 입장은 개혁 공천론으로 요약된다. 물론 신주류가 정 전 장관을 '반 개혁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딱히 전주 덕진에 내놓을 신선하고 파괴력있는 카드도 현재로서는 없다. 그럼에도 신주류가 개혁 공천론을 견지하는 데는 정 전 장관의 출마가 4ㆍ29 재보선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정치상황을 '반 개혁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대선과 총선 참패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정 전 장관이 나서는 순간, 상황이 과거의 대립구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대선의 어두운 잔상이 부각되면 '이명박 정권 1년 심판과 MB악법 저지'라는 재보선 프레임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부겸 백원우 조정식 등 민주당 의원 10인은 15일 성명서를 내고 이런 이유를 들며 정 전 장관의 출마 재고를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의 복귀를 주장하는 구주류는 '총결집론'을 내세운다. 최규식 의원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동영 같은 자산이 원내로 진출,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가 잘못해도 당 지지율이 정체하는 이유가 당내에 거물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들은 정 전 장관 외에도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 등 당내 모든 인적 자산을 동원해야 할 뿐 아니라 외부의 거물들을 영입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편한 길을 택하려 한다"는 신주류의 비난에 대해서도 구주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물론 정세균 대표조차 모두 고향에 터를 두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정 전 장관을 '반짝 카드'로 활용하지 말고 길고 무겁게 쓰자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개혁 공천론과 총결집론은 그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당내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세력 다툼이 깔려 있다.
현재 민주당은 신주류 외에 손학규계, 구 민주계, 친노(親盧)계, 민주연대 등이 뭉친 연합체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정 전 장관과 경쟁관계인 손학규계, 친노계는 개혁 공천론에 서있다. 반면 정세균 대표 체제에서 소외된 구 민주계와 민주연대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하지 않고 있다.
계파대립의 양상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 공천론과 총결집론은 세력복원에 나선 정 전 장관, 이를 견제하고 야권의 대표주자로 거듭나려는 정 대표가 힘겨루기를 하는데 쓰는 칼날일 뿐이라는 비평도 나온다.
어느 경우든 공천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내분으로 끝날 경우 모두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丁(정세균)과 鄭(정동영)의 선택'이 적절한 봉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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