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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던 '에이즈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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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던 '에이즈 택시'

입력
2009.03.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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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20대 남자가 6년 넘게 수십 명의 여성과 무차별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허술한 에이즈 관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현재 에이즈 감염자 관리가 전화나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하는지 확인하거나 보건교육을 하는 정도에 그쳐 사실상 에이즈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 운전사 전모(26ㆍ강도 등 전과 5범)씨는 2003년 6월 병무청 신체검사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돼 곧바로 제천시보건소의 보호 관찰을 받게 됐다. 전씨는 그러나 이후 보건당국의 관리가 부실한 틈을 타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접촉을 해왔다. 택시 영업을 하면서 밤늦은 시각 술에 취한 여성 승객들을 유혹해 자신의 원룸이나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전씨는 에이즈 치료약을 꾸준히 복용했지만 성관계를 할 때 피임기구를 쓰지 않았다. 전씨는 성행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압수한 동영상에 있는 여성이 10여명이지만 실제로 전씨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은 수십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씨의 휴대전화에서 70여명의 여성 전화번호를 확보해 신원 파악에 나섰다. 전씨는 "유흥업소 여종업원이나 만취한 승객을 주로 상대했기 때문에 상대한 여자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진술을 피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김모(34)씨 등 2명의 여성에 대해 에이즈 감염 여부 조사를 보건당국에 의뢰하고 이들이 그 후 누구와 성관계를 했는지 조사중이다. 경찰은 "전씨가 2002~2003년에는 남자와도 성접촉을 했다고 진술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를 여성속옷 절도범으로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전씨 원룸에서 여성 속옷 220점과 함께 다량의 에이즈 치료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씨는 2003년 8월부터 제천시보건소에 에이즈 감염자로 등록돼 관리를 받으며 약을 복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전씨는 보건소측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제천시보건소 관계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성교육을 하며 관리를 해왔는데 작년 7월 이후 전씨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건소측은 그의 소재를 알고 있었지만 방문을 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로 판명되면 거주지 보건소가 관리를 하게 되는데 현행 지침이 느슨해 관리가 어렵고 특히 성관계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일단 보건소는 환자에게 치료를 받도록 전문병원을 소개한 뒤 최초 1년 동안은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전화나 방문을 통해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 보건소 실정에 따라 간격을 조정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게 고작이다. 무분별한 성관계가 우려될 경우 수시로 상담을 하도록 돼 있지만 감염자들이 보건소 직원 접촉을 꺼리는 데다 인격침해 논란까지 있어 실효성이 없다. 충북도 보건 관계자는 "환자가 잠적하면 사실상 관리할 방법이 없다"며 "관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팀은 13일 "전씨는 지금까지 보건소 담당자와 정기적으로 상담하며 비교적 건강관리를 잘 해왔다"면서 "에이즈 감염력 측정지표인 HIV RNA 정량검사 결과 전씨는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으로 나타나 타인에게 에이즈를 옮겼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제천=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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