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 방송되는 MBC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로 1년 만에 TV로 복귀하는 채림은 인터뷰 중 '의리'를 곧잘 입에 올렸다. '사랑은 의리이고 약속'이라고 외치는 역할을 연기해서만은 아닌 듯하다. 그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의리에 대한 강조가 위선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채림은 '잘했군 잘했어'에서 32세의 당당한 싱글맘 이강주를 연기한다. 도자기공예가로 활동하며 자장면 배달 아르바이트도 마다않는 활기찬 역할이다. 보이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채림에게 제격인 듯하다.
그러나 이강주는 당초 명세빈이 캐스팅됐다가 도중하차한 배역이다. 다른 연기자의 이름으로 색깔이 덧입혀진 역할을 대타로 연기하자니 부담이 여간 아니다.
채림은 "고민을 참 많이 했다"고 했다. 부담감을 안고서도 출연을 하기까지는 '잘했군 잘했어'의 작가 박지현씨와의 관계가 적지않게 작용했다. "그동안 많은 은혜를 입었고, 언젠가 보은을 해야 한다 생각해온 작가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과 '이브의 모든 것'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제가 덕을 많이 봤거든요. 지금이 은혜를 갚을 기회라고 생각했죠. 또 모르죠. 제가 또 덕을 보게 될지요."
드라마 속 이강주는 4각 사랑에 얽혀있다. 강주의 과외 제자였던 연하남 최승현(엄기준)이 농밀한 감정을 풀어낼 때 강주의 첫사랑인 유호남(김승수)이 나타나 파장을 일으키고, 유호남의 약혼자 나미라(김정화)가 긴장감을 더한다. 혼잡스러운 사랑의 교차로에서 자신의 중심을 잡아가려 애쓰는 강주는 채림의 실제 모습과 묘하게 겹친다.
4각 사랑의 한 축을 이루는 최승현 역의 엄기준은 채림보다 세 살 위. 그래도 채림은 "서로 연기하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어려 보여야 연하남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기준씨는 오빠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중화권의 한류 스타인 채림은 1년 중 절반은 중국 베이징에서 보낸다. 일이 없으면 베이징 집에서 생활하며 여행을 다니고, 중국어를 공부한다. 그의 중국 생활은 2004년 중화권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의리를 강조하는 이 여배우, "중화권 드라마 출연도 처음엔 팬들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에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도 좋았지만 그 의미밖에 없었어요." 중국어를 배운 계기도 똑같았다.
"중국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해드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사를 소화할 정도로 중국어 실력이 유창하진 않지만 베이징에서 혼자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채림이 지금까지 출연한 중화권 드라마는 '양문호장' 등 5편. 대륙에서도 탄탄히 자리를 잡은 듯했다. 그는 "중국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녀도 한국에서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준다"며 슬쩍 자신의 유명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올해 나이 서른 살. 중학교 3학년 때 CF모델로 데뷔한 이래 삶의 반 가까이를 카메라 앞에 서 온 그는 인기가수 이승환과의 결혼과 이혼을 거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빛과 그림자의 콘트라스트가 분명한 삶을 살아온 그가 따져본 연기활동의 손익계산서는 적자일까 흑자일까.
"20대 중반 때는 제가 10대 시절을 모두 잃어버렸다 생각했어요. 언론보도에도 상처를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아요. 어려움 없이 활동을 시작해서 제가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참 행복합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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