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을 대거 가택연금 시키고 이에 맞서 야권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 정국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자르다리 대통령이 독재자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 북부 도시 라호르에서는 수천명이 자르다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경찰의 곤봉과 최루탄을 동원한 진압으로 부상을 입었다. AFP통신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부상자 가운데 변호사와 야권 인사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파키스탄 무슬림 리그(PML_N) 총재를 맡고 있는 샤리프 전 총리는 시위 현장에 나타나 "나에 대한 가택 연금 조치는 위헌"이라며 16일 대행진에 참가할 것을 독려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이 도시의 자택에 가택 연금돼 있었으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앞서 이날 오전 파키스탄 정부는 15일 샤리프 전 총리를 가택에 연금했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야당 테리크 에 인사프를 이끌고 있는 임란 칸과 최대 이슬람 정당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의 카지 후세인 아메드 총재도 가택 연금됐으며,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자 라호르 주지사인 샤바즈 샤리프에 대해서는 체포 명령이 내려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와 함께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인근 라왈핀디에 대규모 경찰과 병력을 배치해 샤리프가 16일 이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한 반정부 시위의 원천 봉쇄에 나섰다.
샤리프 전 총리는 최근 지지자 수천명과 함께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행진하는 이른바 '대장정 시위'를 주도했다. 무샤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쫓겨난 이프티카르 초드리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복직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전까지만 해도 초드리 전 대법원장을 복직시키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BBC는 "자르다리 대통령은 초드리 전 대법원장을 복직시키면 자신의 과거 부패 혐의가 들통나 재기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자르다리 대통령은 2007년 12월 피살된 부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집권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해 천문학적인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조치로 야당과 변호사들 사이에 반정부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며 "자르다리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위를 유혈 진압해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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