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식(47ㆍ사진)씨는 전남 여수시 여수공항 시설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18년간 운영하던 보습학원을 접고 직장인으로 새 인생을 살고 있는 오씨는 "돈이 많고 적은 건 행복과 전혀 관계없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오씨가 전남 순천시에서 18년간 해온 보습학원을 정리한 건 2005년. 어린이들을 상대 하기엔 자신이 너무 나이가 많다는 생각에서였다. "팍팍한 학원 사정에 매번 월말이면 공과금 챙겨 내고, 강사들 월급 줘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학원을 하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죠."
학원을 닫기 1년 전인 2004년 폴리텍대학 순천캠퍼스 산업설비학과(1년 과정)에 들어갔다. "마흔 넘은 가장의 생존을 위한 결단"이었단다. 새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건 재미있었다. 폴리텍대학을 다닌 1년 동안 무려 7개의 자격증을 땄다. "보일러산업기사, 보일러시공기능사, 보일러취급기능사, 가스기능사, 특수용접기능사, 배관기능사, 공조냉동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이왕 시작한 공부, 똑 부러지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결과죠."
2005년 졸업 뒤 설비업체 등에 들어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했다.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한 목적이었다. 같은 해 가을 무렵, 정식 직장을 가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러 취업사이트를 뒤졌다. 정부 취업포털 워크넷에 눈에 띄는 구인정보가 있었다. 여수공항의 시설관리를 맡을 사람을 뽑는다는 정보였다. '35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이 있었지만, 무시하고 이력서를 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했죠. 나이 따지면 마흔 넘은 사람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거의 없잖아요."
'안 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봤고, 출근을 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회사는 오씨의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높이 샀다. 7개의 자격증도 큰 몫을 했다.
2005년 11월 평직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열심히 일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전기 기계 등 시설관리 업무에 대한 지식도 꼼꼼히 가르쳐 줬다. 입사 1년 뒤 과장으로 올라갔고, 또 다시 6개월 뒤엔 소장이 됐다. 입사 2년도 안 돼 직원 26명을 거느리는 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대학 1학년과 고교 2학년 남매를 둔 그는 지난해부터 사재를 털어 전남 광양시에 '우리지역아동센터'라는 아동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동갑내기 아내(강선자)가 운영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다. 지역의 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20여명에게 점심도 주고, 방과 후엔 미술 등 공부도 시켜준다. 모두 무료다.
"지금도 열심 공부 중입니다. 수질관리사, 전기기사 자격증도 따야죠.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건 절대 없답니다."
김일환 고용정보원 홍보협력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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