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금융거래를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면서 조세피난처 국가들이 속속 백기를 들고 있다.
리히텐슈타인, 안도라와 더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유럽 3대 조세피난처로 꼽혀온 모나코가 은행비밀주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이 15일 전했다. 모나코 정부는 "외국의 조세 당국과 협력, 금융거래 투명성을 강화해 OECD가 작성한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과 안도라는 앞서 12일 탈세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필요하다면 해당 국가에 조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은행비밀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위스 정부도 13일 탈세사건 수사에서 자국 은행 고객의 정보제공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제사회 요구를 받아들였고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벨기에 정부도 잇따라 OECD 기준을 수용하겠고 밝혔다.
고도의 자치를 누리며 조세피난처 역할을 해온 유럽의 고립된 섬들도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유럽 각국의 압력에 꼬리를 내렸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 도버 해협에 위치한 영국령 건지섬과 저지섬 자치정부는 각각 올해 1, 3월 영국 정부와 조세정보를 교환키로 합의했다.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있는 맨섬 자치정부도 이 달 2일 독일정부와 협력키로 약속했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각광 받던 홍콩은 지난 달 OECD 기준을 맞추겠다고 밝혔고 싱가포르도 올해 중반까지 법규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헤지펀드 자금이 몰리면서 조세피난처로 떠오른 카리브해 케이먼군도는 내달 1일 북유럽 국가들과 조세정보를 교환키로 합의했고 버뮤다제도는 OECD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협상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이처럼 전세계 조세피난처의 잇따른 백기 투항을 스위스 일간 르탕은 '은행 낙원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전세계 조세피난처 국가들은 7조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스위스가 2조 달러, 룩셈부르크가 1조 달러를 주무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개발도상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빼돌려진 돈만 연간 1,240억달러에 달해 해외원조금(1,030억달러)보다 많은 세금을 걷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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