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쾅 쾅…' 10일 오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경기 안양시 호계2동의 한 낡은 건물. 10여년 만에 연장을 다시 잡은 송장근(47)씨는 굵은 땀방울을 쏟아 내면서도 내내 흐뭇한 표정이다.
"지금 일어서지 못하면 평생 노숙자밖에 안 되죠. 새 삶을 살게 해준 두 딸과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지요."
송씨는 전과자다. 10년 반을 청주교도소에서 보내고 지난해 12월 성탄절 특사로 나왔다.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유례없는 경기침체에 맞닥뜨렸다. 그러나 '제2의 인생' 출발선에 선 그는 "당당히 헤쳐가겠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송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도를 맞았다. 돈을 받지 못한 인부들이 집으로 몰려와 행패를 부렸고,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 그는 그 와중에 씻지 못할 죄를 짓고 징역 12년형을 선고 받았다. "처음 교도소에 갔을 땐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고 딸들 생각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송씨는 성실하게 재소생활을 했고, 교도소측은 8명이 함께 쓰는 방에 컴퓨터를 놓아주었다. 밤잠을 줄여가며 기계와 건축, 설계 공부에 매달려 11개 자격증을 땄고, 2006년부터 3년간 내리 기능경기대회에서 장려상, 금상, 은상을 수상했다. 모범수로 인정 받아
형기를 1년 6개월 남겨둔 지난해 12월 성탄절 전날 가석방됐다.
송씨는 10년 간 한솥밥을 먹다 같은 날 출소한 이중기(47)씨와 함께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돈 한 푼 없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했다. 출소 전 교도소 취업전담반에서 소개받은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를 지난달 무작정 찾아갔다.
센터에서는 송씨에게 우선 창업교육을 받도록 권했다. 교도소측에 연락해 그의 성실한 재소생활과 자격증 취득 사실 등을 확인한 센터측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줬다.
일자리센터 김범기 창업상담사는 "각종 서류 검토와 상담, 송씨가 출소 후 지인의 소개로 일했던 공사 현장 실사까지 한 결과, 창업에 대한 열의는 물론 성공 가능성 또한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시에서 지원 받은 3,000만원의 창업자금으로 '모던 스페이스'란 종합 인테리어 회사를 차리고 얼마 전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청주교도소 취업전담반 박종덕 주임은 "송씨는 워낙 성실해 다른 수형자들의 모범이 됐다"고 말했다.
출소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지난해 5월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교도소 내 수형자 취업알선 및 창업지원협의회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험하고 먼 길을 돌아 다시 일터에 선 송씨는 "긴 꿈에서 깬 것 같다"고 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가장 큰 힘은 그새 훌쩍 커버린 큰 딸(26)과 중3 막내딸의 응원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결혼한 큰 딸에게 동생을 맡겨 놓았지만 곧 함께 살자고 손가락도 굳게 걸었다.
"한 번은 막내가 '사실 나 아빠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제는 존경할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했을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딸들을 만나는 주말이 기다려지고 "힘내라"는 전화 한 통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는 "경기가 어렵다지만, 하겠다는 열정과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짬을 내 봉사활동도 다녀 볼 참이라고 했다.
안석진 서울시 일자리지원담당관은 "송씨가 일자리센터를 통해 창업하게 돼 보람이 크다"면서 "앞으로도 창업을 비롯해 구인ㆍ구직 성사를 위한 취업별 전문상담과 수준별 직업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월 서울 프레스센터 5층에 문을 연 일자리센터에는 현재 2,279명이 구직 등록을 했다. 2,863개 업체가 기업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이 가운데 663곳이 채용공고를 내 구직 등록자 중 26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홈페이지 job.seoul.go.kr, 문의전화 (02)1588-9142.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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