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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풀어보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올 아카데미 8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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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풀어보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올 아카데미 8관왕…

입력
2009.03.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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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과 감독상 등 올해 아카데미영화상 8관왕에 오른 '슬럼독 밀리어네어'(19일 개봉ㆍ15세 관람가)는 퀴즈쇼를 통해 백만장자가 되는 빈민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밑그림으로 삼은 원작 소설의 제목은 . 영화는 마치 인생의 순간순간이 퀴즈쇼처럼 난해한 질문과 고통스런 응답의 연속이고, 정답과 오답에 대한 환호와 낙담의 묶음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퀴즈 형식을 통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이모저모를 풀어봤다. 단 믿거나 말거나 기자가 만든 문답이 대부분이니, 정답에 지나친 신뢰를 갖지는 말 것. 영화와 달리 '지우개 찬스' '전화 찬스' '방청객 찬스'도 없고 상금도 물론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1 / 퀴즈쇼에 참가한 자말이 최종 단계까지 오른 비결은?

(A)속임수를 썼다 (B)운이 좋았다 (C)천재이다 (D)정해진 운명이었다

정답은 (D). 인도 뭄바이 빈민굴 출신인 자말(데브 파텔)과 그의 형 살림(마두르 미탈)은 어려서 이교도에게 어머니를 잃고 정처없는 유랑길에 나선다.

둘은 앵벌이 조직이 내민 콜라의 맛에 홀려 눈을 잃을 뻔하기도 하고, 불량배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죽는 순간 마주친 신상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친구가 눈이 파이기 전 읊은 시의 시인 이름을 또 어찌 망각 속에 묻어둘 수 있을까.

그렇게 고난의 갈피갈피마다 자말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훗날 퀴즈쇼의 정답들을 체득한다. 18세가 된 일자무식의 자말이 승승장구하며 퀴즈쇼 최종단계까지 오르자 경찰은 그의 속임수를 의심하고, 고문을 한다. 피가 밴 침을 내뱉으며 자말은 외친다. "천재일 필요는 전혀 없어요."

결국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오를 즈음 자말의 행복한 결말이 "정해진 운명이었다(It was written)"고 선언한다. 인도 빈민굴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이 영화가 사회비판적 영화의 범주에 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2 /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장르는?

(A)휴먼 드라마 (B)멜로 (C)뮤지컬 (D)코미디

(B)멜로가 정답일 듯. 국내 수입사가 밝히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장르는 감동 휴먼 드라마. 하지만 이는 엄격히 따지면 전통적인 영화이론 족보에선 찾을 수 없는 호칭이다.

똥통에 빠지면서까지도 좋아하는 배우의 사인을 받아냈던 집요한 성격의 자말은 위태위태한 삶의 갈림길에서 항상 사랑을 선택한다. 여섯 살 때 첫눈에 반한 라띠카(프리다 핀토)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앵벌이 조직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라띠카의 손을 잡으려 한다.

라띠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면 어렵게 번 100달러도 푼돈으로 여긴다. 심지어 퀴즈쇼 출연 목적도 라띠카에게 자신의 모습을 알리고 돈을 벌어 같이 살고자 하는 것.

함께 도망가자는 자말에게 조폭 두목의 아내가 된 라띠카가 묻는다. "뭘 먹고 살려고?" 자말은 말한다. "사랑".

그렇게 사랑에 목매는 자말과 달리 현실을 더 앞세우던 라띠카도 결국 사랑과 포옹하며 끝을 맺는 이 영화의 장르, 주관적이라 욕할지 모르지만 분명 멜로다. 그것도 판타지 멜로.

▲문제3 /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진정한 승자는?

(A)대니 보일 감독 (B)원작자 비카스 스와루프 (C)주연배우 데브 파텔 (D)제작자 크리스천 콜슨

(A)가 정답. 퀴즈쇼와 자말의 비루한 삶을 교차시킨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박진감은 원작 소설에 힘 입은 바가 크다. 인도 현지서 스태프와 배우를 고용해 1,5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자 크리스천 콜슨의 노력도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승자는 대니 보일이다. 그가 '트레인스포팅'과 '28일 후' 등에서 이미 선보인, 심장박동 수를 상승시키는 긴박감 넘치는 편집은 끊임없이 서스펜스를 연출하며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해낸다.

비정한 거리의 살풍경에서 화려한 해피엔딩을 이끌어내며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아주 잘 만든, 영리한 오락영화로 완성시킨 재주는 결국 보일의 것이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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