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냥 넓고 쓰기 좋으면 된다는 막연한 느낌에서 이제는 탈피해야죠. 책을 본 한 영화감독은 '제작비 줄일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건축가 조재현(39)씨가 '공간'이란 문제를 파고 들었다. 그가 낸 책 <공간에게 말을 걸다> (멘토 발행)는 건축이라 하면 아파트 평수에만 신경을 곤두세워온 현재 한국인의 통념을 반성케 한다. 공간이란 문제에 집중, 갖가지 공간의 형태와 주거의 관계를 분석한 책은 드물다. 크라운변형판인 이 책의 널찍한 지면은 다양한 공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주택의 관점에서 펼쳐 보인다. 공간에게>
인형을 등장시켜 찍은 모형 사진 1,500여장, 유명 건축의 스케치 700여장, 설명에 등장하는 영화나 명화의 장면 430여장 등 시각자료들을 적극 활용한 덕에 일반인들도 건축의 핵심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수직ㆍ수평 벽면, 기둥, 경사면, 곡면과 연결된 벽 등 건축의 기본 구조를 표현하는 사진들이다. "2007년은 모형 사진 찍는 데에, 지난해는 교정하고 사진을 분류하는 작업에 바쳤어요." 그 전 2006년은 그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낼까 궁리한 한 해였다.
조씨는 책의 각 장의 첫머리에 자작시까지 배치했다. '나는 홀로 서 있는 기둥입니다 / 나의 고독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103쪽) 조씨는 "심한 경우 건축가라면 '도면 그리는 노가다' 정도로 인식하는 우리 풍토에 쐐기를 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 설계사무소의 경우 소규모라도 최소 2,000(만원) 이상, 일반 주택의 경우는 500~700 정도죠. 저는 중형 이상의 경우, 3,000 정도입니다." 그가 귀띔하는 설계비 싯가다. "설계에 대한 투자는 결국 주택의 미래에 대한 투자예요." 평수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말이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유온', 평창군에 있는 '루안' 등 그가 설계한 집은 건축전문지 '공간'이 선정한 훌륭한 주택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가 직접 이름까지 지어준 집들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들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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