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이 소말리아 해역으로 13일 출항했다. 첫 전투함 파병이라는 역사적 의의가 있는 파병부대의 임무는 해적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국적선 선박의 안전운항을 돌보는 일이다. 또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인 국제 해상 안전보호를 위해 협력 활동을 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이번 파병의 근본적인 동기는 세계 해양안보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전쟁과 같은 군사적 측면의 전통적 안보위협과는 성격이 다른 해적행위, 해상 테러리즘, 마약유통과 같은 비전통적인 위협요인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00여 척 이상의 세계 각국 상선들이 해적들에 의해 습격 당해 선박과 선원들이 나포되고 인질로 잡히는 등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말리아 해역의 갈등 상황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해역에서 우리 국적선이나 선원들의 물적, 인적 피해도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 10개국 이상의 함정들이 해적퇴치, 선원납치 및 테러 예방 활동을 명분으로 해상연합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러 나라들의 전례 없는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해양 교통로로 일컬어지는 해상수송로 안전보장이라는 전략적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있어서 해양 교통로의 안전보장은 국가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물동량을 기준으로 할 때 대외 무역의 99% 이상, 원유수입의 100%가 해상 교역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이번 소말리아 해역 해군함정 파병은 해양교통로 안전보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며 또 파병이 이뤄질 수 있음을 예고해 준다. 우리나라의 해상무역은 소말리아 해역 외에도 우리로부터 세계로 뻗어가는 한중항로, 서남항로, 동남항로, 한일항로 등 광활한 해양교통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해양교통로 안전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지금까지 국내 해양 전략 전문가들의 선구자적 노력과 연구결과로 해양교통로의 중요성이나 전략적 가치 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적 관심을 얻었다. 이제는 주요 해양교통로에서의 국적선 보호를 위한 함정 파병이나 해상작전 등에 대해 실질적 사례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연구와 분석을 활성화해야 할 때다. 또 기존의 전력 확보 계획이나 운영계획에 추가하거나 보완해야 할 요소는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해군사관학교 초빙교수 고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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