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ㆍ양윤옥 옮김/이룸 발행ㆍ200쪽ㆍ9,900원
"사형이라는 건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야. 그러니 이런 저런 모순이 생기지. 모순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그 증거야. 문제는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것을, 불가피한 모순이 자꾸 발생하는 것을, 그래도 하느냐 아니면 하지 않느냐, 문제는 그거야."(64쪽)
일본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32ㆍ사진)는 소설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서> "인간이 인간을 사형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주인공은 고아 출신의 교도관. 그가 사형제도의 정당성을 회의하게 된 계기는 신혼부부를 살해한 야마이라는 사형수가 교도소에서 자살을 기도하면서다. 왜 신혼부부를 죽였는지, 성장과정은 어땠는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야마이는 변호사에게 하지 못했던 고민을 주인공에게 털어놓는다. 태어난 직후 부모에 버림받고 양부모에 학대당한 야마이는 스스로를 '쓰레기' '휴지조각'이라 간주하며 선악에 대한 관념도 모호해진 채 신혼부부를 살해했다고 고백한다. 모든>
야마이와 같은 고아 출신이지만 어릴 적 베란다에서 떨어지던 자신을 커다란 손으로 잡아주던 보육원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주인공은 자신도 야마이처럼 살았다면 그와 크게 다른 인생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폭력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문제를 다룬 '흙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상(2005년)을 받은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가벼운 소설을 선호하는 요즘 대부분의 젊은 일본작가들과 달리 죄와 악, 죽음과 구원 등 인생의 본질적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소설가다. 최근 방한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만일 외계인이 읽는다면 '아, 이게 인간이구나'나 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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