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놀이공원에 가냐고? 아무리 화려한 축제가 열리고, 아름다운 꽃밭이 펼쳐진다고 해도 역시 놀이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놀이기구다. 소심한 이들은 그 무서운 걸 왜 돈 내고 타느냐 묻지만, 머리가 쭈뼛 서게 만드는 스릴을 한 번 즐길 줄 알게 되면 그 쾌감에 바로 중독되고 만다.
놀이기구는 놀이공원의 자존심이다. 해서 놀이공원들은 경쟁적으로 더 강한 스릴의 놀이기구를 들여놓느라 많은 돈을 투자한다. 각 놀이공원의 대표적 놀이기구에는 에피소드도 많다. 스릴 만점의 재미만큼이나 재미난 이야기거리들이다.
■ 롯데월드
롯데월드의 '파라오의 분노'에서는 100만원이 넘는 틀니를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어둠 속에서 틀니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 며칠 후 다른 손님의 머리띠를 찾으러 내부를 수색하던 직원이 우연히 틀니를 발견했다.
당시 직원은 작은 머리띠 덕분에 더 비싼 분실물까지 찾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틀니가 빠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돌았다고 한다.
석촌호수가에 위치한 '자이로스윙'은 모자, 휴대폰, 액세서리 등의 분실물이 자주 발생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다. 지상에 떨어진 분실물은 바로 주울 수 있지만 호수에 떨어지면 회수가 어렵다. 지난 겨울 손님의 휴대폰을 구출하러 석촌호수로 보트가 출동한 사건이 일어났다. 휴대폰이 다행히 호수의 얼음 위로 떨어져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매주 토요일 낮, '아틀란티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선 작은 공연이 펼쳐진다. '요베베'란 별명을 얻은 한 청년이 이곳에서 mp3를 들으며 신나게 춤을 춘다.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일상이 되다 보니 지금은 손님의 대기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인기인으로 박수를 받고 있다.
■ 서울랜드
2,3명이 한 조가 되어 하늘을 나는 스카이엑스는 서울랜드의 랜드마크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나와서 국제적인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스카이엑스에서는 커플들의 사랑 고백 이벤트를 종종 진행하는데, 이 이벤트는 바로 고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어느날 한 남자 고객이 스카이엑스에서 프로포즈를 하고 싶다며 서울랜드에 도움을 청했다.
그는 사랑의 편지와 선물을 준비해 왔고, 직원이 커플의 스카이엑스 탑승 때 그 편지를 낭독해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완성시켰다. 이를 계기로 커플들을 위한 '사랑 고백 이벤트'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
스카이엑스는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미군부대 소속 미군들이나 중국인 단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일본 손님들이 방문하면 100% 영화 '엽기적인 그녀' 때문이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엽기적인 그녀' 데이트 코스가 적힌 안내 책자를 들고 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다.
■ 에버랜드
14일이면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가 1주년을 맞는다. 나무로 만든 국내 첫 롤러코스터인 데다 낙하각도(77도)와 속도(시속 104km)가 국내 최고여서 시작부터 큰 화제가 됐던 놀이기구다.
에버랜드가 지난 1년의 손님을 분석해본 결과 친구끼리 올 경우 여성끼리 오는 경우가 더 많고 연인이 와도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왔다. 스릴은 역시 여성이 더 강하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
지난해 6월 말, 100kg 이상 나갈 듯한 체구의 외국인 여성이 T익스프레스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안내원이 타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탑승했다. 하지만 뱃살 때문에 안전바가 내려오지 못해 열차는 출발할 수 없었고 그도 결국 포기하고 되돌아갔다.
허공을 휘젓는 롤러코스터의 특성 상 소지품 분실 사고가 잦다. 가장 많이 잃어버리는 것은 휴대폰이다. 직원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가발, 여성의 브래지어 패드(일명 뽕), 신발 등을 Td익스프레스의 이색 분실물로 선정했다.
한번은 10만원권 수표 10장과 1만원권 지폐 40장을 넣은 지갑이 떨어지며 공중에서 벌어졌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 것. 안내원들이 샅샅이 수색했지만 되찾은 돈은 70만원 남짓. 지갑 주인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애쓴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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