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요즘,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듯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센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늘 새로운 것에 목말랐던 이들이 오래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복고 바람의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패션이다. 옛 것을 살려 품위를 살린 '빈티지 룩'(Vintage Look)은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이제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빈티지는 실제 생산 연도가 오래됐고, 누군가 한 번쯤 입어 사람의 손을 탄 구제와는 다르다. 빈티지는 단지 오래돼 낡은 옷이 아니라 소재와 패턴, 스타일에서 특정 시대의 느낌이 살아 있어 소장 가치가 있는 의상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1980년대 스타일을 반영한 빈티지 룩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어색한 요소를 빼고 세련된 느낌으로 빈티지 패션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2009년 봄, 거리를 뒤덮고 있는 1960~80년대의 빈티지 패션을 어떻게 코디해야 촌스러움은 빼고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까.
■ 초급자, 1970년대 유니섹스풍을 반영한 다양한 팬츠 패션을
베트남전쟁이 있던 1970년대는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듯 중간 길이의 코트, 청바지, 티셔츠 등 실용 아이템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른 시기다. 그 중에서도 팬츠의 다양함과 인기가 절정에 이른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바지 정장을 즐겨 입게 되면서 패션에서 남녀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70년대 유행 경향을 반영한 다양한 팬츠가 선보이는 요즘, 하의만 독특한 스타일로 선택해도 세련된 빈티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그간 많은 이들이 몸에 달라 붙는 스키니 팬츠에서 섹시함을 찾은 것과 달리, 몇 년 전부터는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나 자루처럼 헐렁한 배기팬츠, 또는 허리선이 높은 하이웨스트 팬츠가 여성의 섹시함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으로 인기다.
그 중 일명 '보이프렌드 진'으로도 불리는 폭이 넓은 청바지를 빈티지 룩을 위한 아이템으로 선택했다면, 밑단을 몇 번 접어 캐주얼하게 연출하고 러플 장식이 있는 블라우스나 소녀의 느낌이 나는 짧은 재킷처럼 몸에 붙는 여성스러운 상의와 믹스 매치하는 게 포인트다.
보이프렌드 진이라고 해서 컨버스화나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톱 슈즈처럼 캐주얼한 신발을 신는 것은 금물이다. 복숭아뼈 아래로 내려 오는 짧은 길이의 부츠인 부티나 굽이 높은 킬힐 슈즈로 세련되게, 혹은 굽이 낮은 플랫 슈즈로 귀엽게 연출하는 게 좋다.
■ 1980년대 복고데님과 파워재킷으로 중급에 도전을
올 봄 복고 패션을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는 1980년대 거리 패션을 반영한 청바지다. 최근 국내 의류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보면 흔히 '돌청'이라 부르는 스톤워싱 처리 제품이나, 스티치, 절개선, 지퍼 장식 등을 강조한 청바지 등 80년대의 유행이 그대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몸에 꼭 붙는 스키니진이 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발목이 살짝 좁아지는 복고 스타일이 다시 선보이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물을 뺀 스노우진과 로커 이미지의 구제 스타일도 인기다.
이같은 아이템은 단순한 디자인의 재킷이나 클래식한 블라우스, 꼭 맞는 바이커 스타일의 가죽 재킷 등을 매치하면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바지 끝단을 살짝 말아 올리고 스니커즈나 스트랩 슈즈를 신으면 감각 있어 보인다.
물 빠진 청바지를 트위드 재킷처럼 격식 있는 디자인의 상의와 매치하면 색다른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짙은 청색의 청바지는 올 봄 유행하는 원색의 티셔츠와 잘 어울린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80년대의 또 다른 대표 유행 아이템은 어깨를 과장되게 살린 파워재킷이다. 어깨를 강조한 실루엣의 재킷은 얼굴이 작아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상의에 포인트를 줬기 때문에 하의는 짧은 바지나 장식 없이 자루처럼 넉넉한 배기 팬츠 등을 매치하는 게 좋다. 대신 화려함은 굵은 팔찌나 귀걸이, 또는 진주 목걸이 등으로 더한다.
■ 60년대 '모즈 룩' 변형한 '코쿤 스타일'은 모험자의 선택
모즈 룩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경향으로,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의 스타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Moderns'의 약자로, 사상이나 취미가 새로운 사람인 모즈족의 패션이 바로 모즈 룩이다.
남성은 어깨가 좁은 정장과 폭이 좁은 타이가, 여성은 남성의 정장에서 변형된 단순한 옷과 미니드레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모즈 룩은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옷차림을 뜻하기 때문에 평이한 스타일을 벗어난 상상 이상의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의상들도 많이 등장했다.
예컨대 허리가 아주 잘록해 상의와 밑단이 많이 부풀려진 코트, 옷깃이 유난히 크고 동그란 원피스 등이다. 또한 보색 대비를 이루는 색채나 시선을 압도하는 커다란 패턴 등도 모즈룩이 유행한 60년대 패션의 특징이다.
이 같은 모즈 룩은 풍성한 스타일로 알 모양을 이루는 일명 '코쿤 스타일'의 최신 유행과 맞물린다. 풍성한 실루엣의 코쿤 스타일 외투만 잘 활용해도 60년대 복고풍 스타일을 세련되게 재현할 수 있다. 이때 안쪽에 입는 옷은 최대한 단순하고 장식이 적은 옷을 골라야 부담스럽지 않은 빈티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
●도움말 SK네트웍스 리플레이, 쿠아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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